[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권은희 의원(초선·광주 광산을)은 11일 안철수 의원이 주축이 된 '국민의당'에 합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과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가칭)'를 놓고 권 의원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던 가운데 2주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던 권 의원은 2005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경정 특별채용에 합격해 경찰이 됐다. 이후 수서경찰서에서 우리나라 경찰 최초 여성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8일 앞둔 12월11일 발생한 이른바 '국가정보권 댓글 사건'을 맡았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13년 4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수사 축소 지시를 받았다"며 외압을 폭로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듬해인 6월30일 수사과장직을 내려놨다.
권 의원은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선거를 20일 앞두고 권 당시 후보는 "국정원 댓글 사건 조사를 맡으면서 나는 큰 시험에 들었고,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1심과 2심의 사법적 판단으로 좌절을 겪었다"며 "경찰의 길을 포기한 건 좌절을 딛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시 권 의원을 이른바 '야권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지역에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내부 비리를 폭로하고 경찰직을 던진 데 대한 '보은성 공천'이라는 것이었다. 권 의원은 당시 이를 의식해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많은 분의 권유를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7·30 재보선에서 60%가 넘는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12월28일 권 의원은 별다른 의견 표명 없이 광주시당에 탈당계를 제출, 이른바 '팩스 탈당'을 감행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비주류 의원을 향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기를 당부드린다"며 거취 표명을 요구한 직후였다.
권 의원은 당시 탈당계만 제출한 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아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안정적 지역에의 전략공천을 통해 자신을 19대 국회로 이끌어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으로 갈 것인지, '정치적 지향점이 일치한다'고 밝혔었던 천정배 의원 측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엇갈렸다.
권 의원은 팩스로 탈당계를 제출한 지 2주 만인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신당으로의 합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양심과 정의의 가치를 저버리는 몰염치하고 불의한 대한민국에 침묵하며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당내 기득권세력에 고개 숙이며 사는 것은 권은희의 길이 아니며, 국민을 위한 정치는 더욱 아니다"라며 "기득권에 취해 국민이 처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헌법적 가치를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60년 역사로 존중받아야 할 정당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안 의원과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권 의원의 안철수 신당 합류로 오는 4월 치러질 제20대 총선에서 호남 최대 빅매치가 성사될 전망이다. 권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는 무소속의 이용섭 전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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