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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사라진 한국인, 공동체 깨진 불행사회…사람살이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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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코리안뉴웨이]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길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가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면서 그해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그로부터 딱 10년후인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국민 행복이 화두로 올랐고 '100% 국민 행복시대'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지금 국정을 이끌고 있다.

권 전 대표의 살림살이 발언이 있고서 세 명의 대통령이 바뀐 지금 과연 우리 국민은 행복해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손에 잡히지 않는데 사람살이는 더 퍽퍽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병신년(丙申年) 새해에 희망과 기대,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저만치 뒤에 남은 행복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근본적인 국정 운영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모든 세대가 불행한, 역대 최저 행복지수= 지난해 말 스마트행복포럼이라는 곳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2011년부터 매년 7대 광역시민의 행복지수를 조사해 온 이 단체는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46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민행복지수를 조사한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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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행복지수에서 더 큰 문제는 행복감이 시간이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행복지수는 조사 첫해인 2011년 6.41점이었다가 이듬해인 2012년에 6.64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6.24, 2014년 5.83, 2015년 5.46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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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인의 행복감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엔(UN)의 '2015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8점으로 158개국 중 4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41위)보다 6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더 나은 삶의 지수' 조사에서도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그쳤다. 앞서 갤럽의 2014년 웰빙지수에서 한국은 117위로 전년(75위)보다 42계단이나 밀려났다.


문제는 한국인의 피로도가 어느 특정 세대와 특정 계층의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장년층은 구조조정의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고 대거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령화 사회의 일원으로 내몰리는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족 해체와 빈곤으로 대다수의 노년층은 인생의 황혼기를 쓸쓸한 고독 속에서 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에게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취업난은 최근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난 3분기까지의 29살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은 9.7%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4년제 대졸 이상 남성의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세 배 가까운 27.9%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청년층의 삶을 짓누르는 근본적인 원인이 오늘의 퍽퍽한 삶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졸업자가 80만명 가까이 초과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도 바늘구멍인 취업문을 뚫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자신의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동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학 부설 행복연구기관인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한 개인의 행복은 그 사람에게 자본으로 작동하고 이 자본이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더 나은 결과들을 경험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복은 한 공동체에 역시 자본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감이 낮은 것은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고 나아가 전체적인 사회적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살이' 회복, 행복 관리 지표화해야= 소득수준이 낮거나 객관적인 삶의 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은 물질적 풍요보다 내면의 평화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행복은 사회에서 고립된 한 개인의 위안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평온함이 그 근간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낮은 행복지수의 원인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간의 연대가 해체된 것이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세밑에 들려 온 아동학대 소식은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1세 여아를 감금하고 학대한 친부와 동거녀의 몹쓸 짓은 인면수심의 끝을 보여줬다. 형언할 수 없는 추악한 사건을 보며 한 하늘에 같이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부끄러움은 크다. 한 사람의 행복이 사회적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이런 사건이 부지불식간에 불쑥불쑥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 저변에 깔린 계급문화는 또 어떤가. 1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 3세 항공사 부사장의 갑질은 두고두고 회자가 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갑을 병폐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향토 간장으로 소비자로부터 사랑받았던 한 식품회사의 명예회장이 그를 수행하는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왔던 사건도 그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잠잠해질 만하면 터지는 이런 사건들 앞에 행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외에도 2015년 대한민국은 사회 곳곳에서 혼란과 분열로 한 해 내내 어수선했다. 그 혼란과 분열은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언제부턴가 잉태된 하나의 '절대 선(善)'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축적된 많은 것들을 다 그르다고 한다. 다양성은 파괴되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하나의 정답만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옳지만 상대도 옳을 수 있다는, 백 번 양보해 내가 옳더라도 상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아량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된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더 나아져도 체감 행복지수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유아기 때부터 비교를 강요당하고 돈의 가치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정립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살림살이 개선에도 힘을 써야 하지만 사람살이의 회복이 행복의 관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복지표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국민 행복을 관리할 때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기존에 있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소득지표로는 사회의 발전상을 온전히 표현하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행복지수 등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일고 있다"며 "기존의 소득지표를 완전히 대체하는 차원이 아니라 행복지수가 소득지표의 보조지표로 활용해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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