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송년회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어느 음식점에 나란히 앉아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 누군가 사회를 보고 돌아가며 소회를 밝히는 모습.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배 구호'가 이어지는 모습. 무거운 공기와 어색한 미소가 교차하는 분위기.
어떤 조직이건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잠시 늦출 필요도 있다. 어디 몸만 고되게 살았겠는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려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됐던 마음도 다독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송년회가 부담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 결과, 직장인 57%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명(?) 높았던 과거의 송년회와 비교해 보면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3차, 4차 "콜!"을 외치며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는 분위기는 아니다. 예전처럼 감당하지 못할 음주량을 강권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술 위주의 송년회 대신에 함께 영화나 공연을 보고, 술 대신 따뜻한 차(茶)를 두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모두가 의미 있는 변화다. 그렇다고 고질적인 송년회 문제점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송년회 시즌만 되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고, 가자니 송년회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12월도 이제 절반이 지났다. 남은 송년회라도 함박웃음을 주고받는 자리로 만들 수는 없을까. '관행'의 변화가 그 해답인지도 모른다. 의무감으로 1년의 소회를 전하는 것은 진솔한 답변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모두가 돌아가며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또 서로가 나이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 지긋한 선배는 '인생의 교훈'을 전한다고 생각할 때 후배들은 '꼰대의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 후배는 개인 사정에 따라 2차에 따라나서지 않을 수 있지만, 선배들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라면서 예의 없는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는 누군가의 강요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 따른 시선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접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소통의 관건은 결국 교감(交感)이다.
송년회에서 선배가 발언을 주도하는 것도, 후배가 발언을 너무 아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선배가 후배 얘기를 경청하면 분위기는 더 부드러워질 수 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마음도 열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될 때 송년회를 향한 부담감도 봄눈 녹듯이 사라지지 않을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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