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얼마 전 차량 화재 사고가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사고 원인도 설명하지 않고 조사 내용도 대외비라고 공개를 하지 않더라." (명일동 거주하는 주진형 씨)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응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 그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과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겠다." (곽진 현대자동차 부사장)
14일 저녁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 케이호텔은 자동차 애호가 100여명으로 북적였다. 현대차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마련한 '마음 드림'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초대된 사람들 중 30여명은 보배드림 회원들이다. 현대기아차에 적대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현대차 국내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곽진 부사장이 까칠한 그들을 상대했다. 거침없고 공격적인 질문으로 6시30분부터 8시까지 진행된 행사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자신을 보배드림 회원이라고 소개한 참석자 A는 "외국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현대차가 잘 팔리는 국내에서는 가격을 비싸게 판다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 부사장은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판매하면서 가격 역차별 논란이 생겼다"며 "예전에는 미국에서 현대차를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곽 부사장은 "제네시스의 세전 가격만 보면 미국이 오히려 한국보다 500만원 정도 비싸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가격 차별은 없다고 확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부사장은 내수용 차량과 수출용 차량의 에어백 차이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수출용 차량에 장착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조수석에 유아용 시트를 장착하거나 유아가 탑승했을 때 에어백이 안 터지게 하는 차이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내수와 북미 차량 에어백의 차이가 있는 것에 불만이 있어 작년부터 출시하는 쏘나타와 아반떼 등 6개 모델에 대해서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참석자 B가 "제네시스 브랜드가 왜 생겼는지 명쾌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곽 부사장은 국내 마케팅 실장을 맡고 있는 김상대 이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김 이사가 브랜드 탄생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자 B 참석자는 말을 끊더니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참석자 C는 "현대차에서 제공되는 순정 네비게이션은 비싸고 성능도 떨어진다. 현대차에서는 네비 화면만 제공하고 앱은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곽 부사장은 "일부 차량에 미러링 기능(스마트폰의 길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차량에 부착된 네비게이션 단말기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된 게 있지만 제한된 정보만 제공되고 끊어지기도 해서 현대차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곽 부사장은 "예전에는 현대차 네비게이션 성능이 떨어져서 저 역시 운전하면서 핸드폰에서 김기사나 티맵을 같이 작동시키고는 했다"면서 "지금은 성능이 많이 향상돼 모젠(현대차에서 제공하는 텔레메틱스 서비스)만 틀어 놓고 운전한다"고 덧붙였다.
곽 부사장은 "쓴소리를 하는 고객들을 '안티'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바른 말을 해주는 좋은 조언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H-옴부즈맨(Ombudsman)' 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신차 개발, 미스터리 쇼핑, 시판 차량 상품 운영 개선 등을 별도로 구성된 고객 그룹에 담당하게 하고, 현대차는 이들 의견을 검토해 수정ㆍ보완하는 혁신 프로그램이다.
곽 부사장은 행사 말미에 "질문 안 주면 짜고 쳤다는 얘기 나온다"면서 추가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질문 기회 다 못 줘서 미안한데 절대로 우리는 그런 것(짜고 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걸로 부족하겠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인사말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사전 응모한 1512명의 고객 중 100명을 선정해 이날 행사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오전에는 남양연구소를 견학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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