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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원으로 자서전을…"단 한권도 출판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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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 29. 한건희 부크크 대표
9000원으로 책 낼 수 있게 만들어
작가 지망생들의 고민 덜어줄 것


9천원으로 자서전을…"단 한권도 출판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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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출판사들 망하는거 보면서도 하고 싶니?"


러시아의 명문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를 휴학하고 오롯이 도전정신 하나로만 덤빈 창업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당장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가 심했다. 출판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전혀 없는 20대 청년이 출판산업에 뛰어든다니 무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7평 크기의 작은 공간. 고장난 화장실. 그리고 바퀴벌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직은 생소한 주문출판(POD)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 부크크의 한건희 대표다.


그는 기존 출판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일반 작가들이 7000~9000원대에 자기 책을 낼 수 있는 길을 텄다. 일정한 원판을 통해 일괄적으로 자료를 출력하던 아날로그 프린팅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린팅을 도입, 개인이 원하는 대로 주문한 수량만큼 인쇄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대표는 "기존 방식에서는 책을 내려면 최소 500부씩은 뽑아야했다"며 "비용 부담 때문에 작가가 꿈인 사람들 조차도 책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런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착한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나름의 경영철학이 있다. 당장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모델이라도 '착한사업'의 범주는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인의 카카오톡 대화를 묶어 책으로 내주는 이벤트, 편지나 일기를 제본해주는 등의 사업은 하지 않는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어떤 내용의 책이든 개인이 소장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면서도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도와줄 수 있는 착한사업만 할 것"이라고 했다. 정식으로 출판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취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부크크는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됐다. 초반에는 인터넷을 통해 소설을 연재하던 웹소설 작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출간 서적의 수익에서 작가에게는 35%를 배분한다. 기존 출판시장 인세가 7~10%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다섯배까지 작가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한 대표는 "최근에는 웹소설을 넘어 교수들이나 학생들도 출간을 의뢰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출판된 책은 종 수로만 따지면 700종을 넘어섰고, 판매부수로만 따지면 만 부를 넘어섰다" 고 설명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작가 지망생들이 늘어나면서 회사도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사계절이 지나 기도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인건비ㆍ운영비 등을 모두 감안하고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35~40세 소비자들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한 대표의 목표는 하루에 100종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미국의 POD 업체인 '루루닷컴'이 하루 1000종 수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국내 인구 수를 감안해 10분의 1은 따라가보겠다는 포부다. 한 대표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본소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품질이 후졌었다"며 "품질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입소문도 계속 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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