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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방향잃은 인천 區 명칭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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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어느 지역이나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명소가 있게 마련이다. 인천이라고 하면 외지인들은 흔히 월미도와 연안부두, 차이나타운 등을 꼽는다. 이들 명소는 공교롭게도 모두 '중구'(中區)에 속해있다. 구한말 때 구미열강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각국의 정치·외교 활동의 중심무대였던 '제물포'도 이곳에 있다. 중구는 또 인천국제공항, 연안여객터미널이 위치한 국제관광과 해상교통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런 '중구'의 명칭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중구가 개청한 때는 1968년. 당시 인천시청사가 중구(중부출장소)에 있어 '인천의 중심'이라는 뜻의 구(區) 명칭을 얻게 됐다. 즉 인천시청을 기준으로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따져 중구·동구·남구·북구(현 부평구) 등의 자치구 명칭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청이 현 남동구로 이전하면서 중구는 더 이상 인천의 중심이 되지 못했고, 도시 규모 확장에 따라 나머지 구 이름도 이젠 실제 방위와도 맞지 않다.

송도국제도시 매립과 경기도 검단 편입 등 도시 면적이 확대되면서 중구는 지리적으로 인천의 서쪽에 위치하게 됐고, 동구도 더 이상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다. 남구역시 남쪽이 아닌 인천의 가운데에 있다. 잘못된 구 명칭은 이뿐만 아니다. 서구의 경우 엉뚱하게도 부평구를 기준으로 서쪽이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 남동구(南洞區)는 방위개념인 '남동구'(南東區)로 오인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남촌면과 조동면이 합해진 고유명사다. 이렇듯 인천의 구 명칭을 들여다보면 역사나 문화적 특성을 담기보다는 행정편의에 의한 방위개념이 강하다.


인천시가 이제라도 자치구 명칭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중구·동구·남구·서구의 명칭이 부적합다는 전문가 의견이 69% 이상 나왔다. 응답자들은 지금의 방위개념의 이름 대신 중구는 '제물포구', 동구는 '화도구', 남구는 '문학구', 서구는 '서곶구'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모두 각 구의 역사성과 고유성을 부각시킨 명칭들이다.

시는 연구과제 결과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마련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구 명칭 변경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써온 이름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작업은 만만치가 않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우선으로 시가 정책적으로 밀어부쳤다간 되레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구의 경우 현재 방위에는 맞지 않으나 근대도시 인천의 발상지였으며 시청 소재지로 인천의 중심지였다는 주민의식이 커 찬반 양론이 예상된다. 또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위해선 주민투표를 거쳐야하는데 자치구의 경우 투표대상 주민수가 많아 투표율 요건 3분의 1 충족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4개 구의 이름을 바꾸는데 대략 65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보니 지자체 재정상황상 1~2년내 추진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인천의 정체성 찾기의 하나로 구 명칭 변경이 추진되는 것에 지역여론은 일단 긍정적이다. 자치구 이름이 지역 역사성과 고유성을 지니면 이것이 곧 주민의 소속감이나 자긍심으로 이어지고, 도시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지명 자체를 브랜드화해 도시발전과 연계시키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구 명칭은 중요하다.


인천시와 해당 자치구가 충분한 주민여론 수렴과 예산 확보를 통해 내년부터라도 시동을 켤 수 있길 기대해본다. 브랜드 가치가 시간과 비례해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 명칭 변경 작업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는가.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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