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중도환매수수료를 속속 폐지하면서 중소규모 펀드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일부터 '한국투자골드적립식삼성그룹' 펀드를 포함해 총 12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폐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3일부터 '삼성일본중소형포커스' 펀드를 포함해 3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없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운용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한 데 따른 것이다.
감독당국은 2004년부터 펀드 가입후 30~90일 이내에 환매하면 운용사가 기간에 따라 수익금의 30~70%를 환매수수료로 부과하도록 해왔었다. 펀드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기매매를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환매수수료 때문에 적절한 때 수익을 실현하지 못해 손실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번에 11년만에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하게 됐다.
환매수수료 자율화가 투자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투자를 부추기고 중소형 펀드의 운용 환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설정액이 작은 소규모 펀드의 경우 환매수수료 폐지 후 단기차익 실현을 노린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설 경우 포트폴리오를 대거 조정해야 한다. 환매 물량 대응 차원에서 앞으로 오를 주식을 매도하게 되면 펀드 수익률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설정액이 5000억원인 펀드의 경우 환매물량이 50억원 가량 쏟아져도 포트폴리오의 1%만 내다팔면 되지만 설정액이 100억원인 펀드의 경우 50%를 처분해야 한다. 환매수수료 폐지 여부는 개별 운용사 의지에 달렸지만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환매수수료 폐지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소규모 펀드가 많은 운용사들의 우려가 높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의 경우 증시 변동성에 더 취약해지고 펀드 안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크다"며 "운용 환경과 수익성 측면에서 소규모 펀드와 규모가 큰 펀드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락한 중국펀드만 보더라도 투자자 선택권 보호 측면에서 운용사가 중도환매수수료를 자유롭게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며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달성해 투자자들이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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