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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감사위원,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총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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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금 진주와 서부경남에 거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중략)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역할을 할 거목이 진주와 서부경남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희생정신과 사명감도 있어야합니다."


지난 18일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영호 감사위원이 한 말이다. 자신의 고향의 기존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한 다음에 '거목'이 될 실력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실력이 있고 희생정신과 사명감이 있는 인물은, 물론 김 감사위원 본인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한 소년의 성장과 출세, 그리고 고향사랑이 가득한 그의 이 인터뷰에는 단 하나 빠진 글자가 있다. 바로 전(前)자다. 출마 선언에 가까운 이 인터뷰를 한 김 감사위원은 앞에 퇴직을 뜻하는 前자가 붙지 않는 현직 공무원이다.

그는 지역지가 총선 출마 여부를 재차 묻자 "선출직은 목사님이나 스님과 같은 성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국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덕목을 갖추려 노력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누가봐도 다음 총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공무원들의 비리를 적발하고, 나라의 부패를 척결하는 현대판 암행어사인 감사원. 그곳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중 하나인 김 감사위원은 선거운동을 '사실상' 진행하고 있다. 오로지 하지 않은 것은 출마선언 뿐이다. 김 감사위원의 출마는 사실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다. 지난달 14일 감사원 국정감사 당시 그는 출마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고민중이다"라고 답해 국회의원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김 위원의 처신은 문제가 됐다.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 감사위원 처신은 공정성,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위원의 직분과는 배치되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지난번 지역활동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에도 10월10일 진주시가 개최한 제20회 시민의 날에 참석하고 지역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출마예상자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김 의원의 이같은 처신은 묵묵히 업무에 헌신하는 1000명의 감사원 직원들에 대해 명예에 상처주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김 감사위원의 지역활동을 묵인하면 제2, 제3의 행동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사위원의 경우 신분보장이 되어 있어서 직설적으로 사직을 권고한다든지 적절치 않다"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그 점을...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김 감사위원의 선거운동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하는 감사원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감사원은 그동안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헌법기관이지만 독립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김 감사위원처럼 헌법과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가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또 다른 논란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김 감사위원처럼 총선 출마 의사가 분명한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는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해당인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나서려는 사람에 대해 임기가 보장되는 감사위원을 올해 7월 임명하는 것은 나랏돈으로 월급 받으면서 선거준비 하라는 뜻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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