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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추석]스톱없는 전세난, 쓰리苦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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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2015년 가을.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풍성한 한가위를 치르기 전에 전세입자들은 이미 풍성한 전세금에 가위 눌리고 있다.


자고 나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까지 치솟아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가족들끼리 고스톱을 치지 못하고 가슴을 칠 사람들이 적지 않겠다.

줄기차게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 못해 세입자들은 평수를 줄이거나 연립ㆍ다세대를 기웃거린다. 그것도 안 된다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집주인의 요구대로 사실상의 월세인 반전세 세입자가 돼야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서울 마포구 연남동 K아파트 단지는 올해 8월까지 31건의 전월세 계약이 진행됐다. 이 중 전세 거래는 13건에 불과했지만 월세 거래는 18건에 달했다.

4년 전인 2011년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 31건 중 월세 거래가 7건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월세 거래 비중이 23%에서 58%로 2.5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그나마 이사철인 요즘은 전세는커녕 월세 매물마저 없다.


당시 세입자가 모두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4년 전 전세로 살던 18가구 중 11가구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했다고 봐야 한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 한복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초구 서초동 L아파트도 올해 같은 기간 전월세 계약 78건 중 36건이 월세로 계약됐다. 이 단지에선 2011년 1~8월 66건의 전월세 거래가 있었다. 이 중 월세 거래는 19건에 불과했다.


기존의 전세 세입자들은 전셋값 급등과 매물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셋값 급등은 정부나 정보업체의 상승률 통계보다는 시장의 시세판이 더 생생하다.


연남동 K아파트는 2011년 1억9000만~2억2000만원이던 전용면적 59㎡ 전셋값이 올해 3억2000만~3억25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치솟았다. 보통의 월급쟁이라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부모에게 기대거나 대출을 받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상대적으로 돈 있는 세입자가 산다는 서초동 L아파트도 마찬가지다. 84㎡ 전셋값은 4년 전 4억5000만~5억60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6억6000만~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민, 중산층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주택일수록, 수요가 많은 직주근접 도심 물건일수록 반전세화, 월세화 속도가 가파르다"며 "이러한 경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전세시장의 이상현상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는 데 있다. 저금리가 낳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대책 없이 치솟는 전셋값. 박근혜정부 들어 전월세 대책을 7번이나 내놨지만 시장은 그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정부 기대와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30년째 서울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K씨는 이번 추석을 맞아 과거를 회상한다. 가을 전셋값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기(奇)현상이 벌어지던 시절의 얘기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2008년이 바로 그때다.


당시 가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셋값은 4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강남 지역은 잠실, 서초 등지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하락현상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곳은 잠실. 잠실시영, 잠실2단지 등을 재건축한 입주물량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급매물이 즐비했다. 덩달아 전셋값도 큰 폭으로 하락해 역전세난이 심화됐다. 거래공황이 집값 잔혹사로, 여기에 입주물량폭탄이 더해져 역전세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역전세난으로 계약 만료된 전세금을 빼주려고 은행 문을 두드리는 집주인들이 늘었고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집수리를 해주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임대차시장에서는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살던 집을 법원경매에 내놓는 경우가 늘어 한 달에 300~400건씩 경매물건이 쌓였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지금은 집주인들이 임대수익 극대화를 위해 반전세를 놓지만 당시만 해도 추가적인 집값 하락에 대비해 반전세를 요구하는 세입자가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은 옛 얘기를 K씨는 아직 가슴에 담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전문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가 기억하는 과거가 재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팍팍한 살림의 무주택자에게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부풀어진 전세금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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