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가 반대한 호텔롯데 상장…'황제경영' 끝나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소연 기자]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규모 고용정책과 호텔롯데 상장검토 등 이른바 '셀프개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과거 상장논의 때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로 불발된 만큼 신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이뤄놓은 '롯데왕국'과 결별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오너일가의 경영권사태에서 드러난 황제경영과 밀실경영, 반일(反日)감정분위기를 탄 반 롯데기류 확산이 정부, 정치권의 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이에 대한 다목적 카드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이에 따라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주주총회 및 소송 전에 대비하는 한편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과 함께 국적논란을 불식시키는 행보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0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상장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써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2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호텔롯데를 다시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셈으로, 당연히 '일본 기업' 논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호텔롯데의 기존 주요주주인 오너 일가와 일본 계열사가 자기 지분을 내놓거나(구주 매출) 신주를 발행한 뒤 공모를 거쳐 상장할 경우, 일본 계열의 지분율을 낮춰 한국 롯데가 어느 정도 분리·독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하는 만큼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호텔롯데 단독 상장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두 핵심축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 후 상장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강조한 대국민담화 이튿날인 7일 2만4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고용정책을 발표한 것도 한국기업으로써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반 롯데 정서를 무마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롯데그룹은 또 그룹의 국적 논란을 의식한 듯 제2 롯데월드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대형 태극기를 설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우선적으로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의 경우 경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상장을 위한 요건에 걸림돌은 없다. 다만 주총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뜻이 상장으로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으로서는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분쟁을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형제간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맞대결이다. 하지만 표 대결의 승부는 아직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형제 모두 30%대의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사, 광윤사(光潤社) 등이 자신의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신 회장의 대표이사 등기가 별 문제 없이 이뤄진 만큼 이것도 결정적 문제가 드러날 개연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는 관측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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