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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외유성 출장’ 눈감은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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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올해로 지방자치제 시행 20년이 됐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지방의회의 경우 행정적 비효율을 낳는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지방의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없애는게 바람직하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의회는 지방의 자치규범인 조례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 등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뿌리 내린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지위에 걸맞는 존재감은커녕 여전히 시민사회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외연수 때마다 불거져나오는 ‘외유성’ 논란은 지방의회를 비판할때면 떠오르는 단골메뉴이다. 과거보다 더 대담하면 했지, 결코 개선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마다 재정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원 1인당 최소 1년에 한번은 국외출장에 나선다. 지방의원들의 공무 국외활동은 훈령 등에 명시돼 있어 그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다만 의원 1인당 평균 200만원이 드는 국외여행의 목적과 여행일정이 타당한지, 지출 경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등을 검증할 시스템이 부족해 국외여행의 성과도 없고 혈세만 낭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국외연수를 다녀오면서 쓴 경비 중 1400만원을 환수토록 해 주목을 받았다. 비록 성북구 주민들의 감사청구에 의한 조치였지만 지방의회 의원이 부적절하게 사용한 출장비를 환수하도록 한 것은 2000년 주민 감사제 도입 이후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경우다. 전국적으로 성북구의회와 유사한 예산낭비 사례가 있지만 경비 환수 조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시민단체의 감시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외유성 국외연수를 사전에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회가 최근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가 의회 스스로 제동을 걸어 지탄을 받고 있다. 운영위원회 소속 5명의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운영위에서 심의를 보류한 것이다. 조례안은 국외여행의 타당성과 적합성 등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를 외부 인사를 포함한 7명으로 구성해 단순 시찰·견학 등의 관광성 일정을 배제하고, 부당하게 지출한 경비는 환수토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운영위는 경비 환수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다른 광역의회 등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독립된 지방의회가 다른 시·도 의회와의 형평성을 운운하는 건 핑계에 가깝다. 족쇄가 될 수 있는 조례를 굳이 앞장서 만들고싶지 않다는 게 인천시의회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시민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조례를 만들려는 모양새는 취했을 뿐 처음부터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마저 들게 한다.


이번 조례안은 여야를 떠나서 의회 스스로가 외유성 국외연수에 대한 자정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통과됐어야 했다. 의원들의 국외활동에 대해 으레 색안경을 쓰고 보는 면도 없진않지만 이런 선입견을 조금은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의원들 스스로가 걷어 차버린 인천시의회는 그래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실망스럽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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