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계기로 그리스 사태의 단기적인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긍정적이지는 않다. 유럽이 그리스를 감당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 그리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계산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거나 아니면 그리스를 팽개침으로써 계산할 수 없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의 결정이다.
다만 최악의 결과를 피한다면 뉴욕 증시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계산할 수 있는 비용은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될 수 있고 경제 규모가 미국 코네티컷주 정도에 불과한 그리스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외부로 파급될 가능성도 줄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혼란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전반적으로 뉴욕증시가 추세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기준금리 인상 논란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어닝시즌도 앞두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2주 연속 하락했다. 다우 지수는 1.21%, S&P500 지수는 1.18% 하락했다. S&P500 지수가 1% 이상 주간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10주만에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는 1.40% 밀렸다. 중소형주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2.46% 빠졌다.
◆새 협상 테이블은 3차 구제금융?= 불확실성이 높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지만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예상해볼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리스와 채권단간 새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기본적으로는 최악의 결과일 수도 있는 그렉시트는 피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투표 다음날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가 구제금융 협상에 서명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스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새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72억유로가 아니라 3차 구제금융으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됐던 72억유로를 받더라도 그리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개월에 불과하다.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어쨋든 약자는 채무자 입장인 그리스다.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생각이 아니라면 그리스 국민들이 추가 긴축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반대 표결을 선택한다면 채권단과 협상에서 좀더 유리한 입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치프라스 총리의 생각일 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국민투표 이후 재협상하겠다면서 그리스가 사실상 이미 디폴트된 상황이기 때문에 더 혹독한 긴축 요구를 수용해야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새 협상이 시작되면 채권단이 긴축을 받아들여야만 그리스에 얼마나 강한 요구를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찬성이 나온다면 새 협상은 좀더 쉽게 풀릴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의 명분이 상당히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대가 나와도 메르켈의 태도를 보면 그리스에 유리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따라서 국민투표라는 치프라스의 승부수가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옐런 의장 10일 연설·어닝시즌 임박= 그리스의 새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다면 금융시장의 관심은 다소 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또 다시 협상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문제는 그 결과가 빨리 나오느냐 오래 걸려 나오느냐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시기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 하반기로 접어들고 자연히 시장의 관심은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마침 이번주에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고 재닛 옐런 Fed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Fed 인사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게다가 미국의 어닝시즌도 개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10일 클리블랜드 시티클럽에서 경기 전망에 대해 논의한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는 은행 이코노미스트 국제 컨퍼런스에 연설할 예정이다. 에스더 조지 캔자시스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일 오클라호마 주립대에서 통화정책과 미국 경기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에 참석한다.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일 아이다호 빅터에서 진행되는 경제서밋에 침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8일에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7일 발표될 미국의 5월 무역적자 규모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수입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어닝시즌은 다음주 시작된다. 이번주에는 8일 알코아와 9일 펩시코의 분기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다.
월가는 2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 가량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에너지 항목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은 4.9%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시티프라이빗뱅크의 스티븐 위팅 수석 투자전략가는 "염두에 둬야 할 점은 1분기 실적이 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는 점과 유가가 급락 후 안정을 찾고 있는 점"이라며 "유가 하락의 부정적 영향은 점차 줄고 에너지 업종을 제외할 경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7~8%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정상회의…깊어지는 중·러 밀월= 러시아 바슈키리야 공화국의 수도 우파에서는 8일부터 사흘간 브릭스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유럽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과 관계가 최악이어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와 함께 열리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협력기구에는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공개한다. 그리스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반영될지 주목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IMF가 다시 한번 신중한 선택을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9일 공개된다. 10일에는 6월 신규 위안화 대출 지표를 공개한다. 대출은 늘고 물가도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통화 부양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6월 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1.3%를 기록해 5월보다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는 5월 경상수지가 8일 공개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도쿄에서 진행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일본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3차 화살인 구조개혁 정책의 세부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가 9일 진행된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8일 예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7일은 이란 핵협상 타결 시한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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