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바람 피우고 이혼청구' 50년만에 가능해질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대법, 이혼청구권 '유책주의' 논란 6월26일 공개변론…혼인·이혼 등 생활에 큰 영향 줄 듯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게 이혼 청구권을 줄까.


대법원이 이혼 청구권을 둘러싼 공개변론을 예고했다. 오는 6월26일 오후 2시다. '유책배우자(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가 제기한 이혼 청구권을 주제로 한다.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지금껏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판례가 돼 있었다. 50년 만에 판례가 바뀔지 주목된다.

다음달의 변론은 1976년 결혼한 남편 원고 A씨와 부인인 피고 B씨의 재판에서 있을 예정이다. A씨는 1998년 다른 여성 C씨와 혼외자를 낳았다.


'바람 피우고 이혼청구' 50년만에 가능해질까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사진제공=대법원
AD

A씨는 2000년 집을 나온 뒤 15년간 C씨와 동거하고 있다. 이에 A씨는 2011년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1965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후 바람을 피우는 등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이혼 소송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명백한데 악의적으로 상대방에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왔다.


한국은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러한 '유책주의'를 채택해 50년째 실행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 국가의 경우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따지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을 경우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책주의는 이혼원인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파탄주의는 이미 파탄돼 회복가능성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간통죄' 폐지 등 변화된 사회현실에 맞게 이혼청구권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도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으며, 한국정책방송(KTV)과 네이버 등을 통해 생중계를 하기로 했다. 이날 변론에는 원고 측 참고인으로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피고 측 참고인으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법률구조부장이 참석해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5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 입장 변경 여부를 공개변론을 통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학계와 여성단체 등의 관심이 매우 큰 사건"이라며 "이 사건의 결론은 향후 가족·이혼을 바라보는 가치관, 혼인생활을 중심으로 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