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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규제만 있고 서비스는 없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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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규제만 있고 서비스는 없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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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문제가 있어 규제했지만 이렇게까지 죽을지 몰랐다."


최근 금융위원회 한 실무자는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규제합리화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은 소회를 내비쳤다.

자본시장은 없애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한 때 일평균 거래가 조 단위로 이뤄지면서 세계 1위였던 ELW 시장이 고사 직전이다. 지난 2011년 이른바 '스캘퍼'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던 ELW시장은 10분의 1 토막도 더 났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사라지는 상품이 신상품보다 많아졌다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떠난 탓이다. ELW 1세대는 스캘퍼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손을 뗐고, 2세대는 홍콩,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다. 상품이 줄어든 시장엔 거래가 사라졌고, 거래가 사라진 시장엔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엔 동의하더라도 사라져가는 시장을 이대로 두고 보고만 있을거냐는 불만이다. 더구나 당시 재판을 받았던 스켈퍼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금융당국도 이제 시장에 맡길 건 맡기고, 시장에 풀린 돈이 흘러갈 물길을 터줄 때란 게 업계의 목소리다. 그동안 소비자,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묶어놨던 영역이 있었다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풀 것은 풀어야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또 다른 금융위 실무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하게 조치를 취한 만큼 (시장이 줄었다고) 알아서 규제를 풀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완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한 술 더 떠 지난해 규제강화 이후 투자자 통계를 발표, 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특정 시장의 생사여탈권을 쥔 무소불위의 존재가 아니라 시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조직이다. 풀린 돈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넓히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안타깝게도 규제를 담당하는 당국자들의 자세에선 이런 마인드가 잘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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