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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출산대책, 말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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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참석한 '결혼하고 싶은 도시 만들기 토론회' 현장 찾아보니
결혼 '못'하는 청춘들 "2억3천만원 모을 때까진 어렵죠" vs "다 갖춰야 결혼하나?"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1. 여자친구와 만난 지는 1년 쯤 됐다.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데 아직 취업준비생이다. 사실 취업하더라도 걱정이다. 아무래도 전셋집은 하나 마련하고 나서 해야 할 것 같은데 서울에서 전셋값이 워낙 비싸서…. (서른살 취업준비생 A씨)

#2. 남자친구하고 대학 CC로 만나서 두 달 후면 만난 지 7년째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문제다. 지금 재취업 준비 중인데, 요즘 평균 신혼부부 결혼비용이 2억3700만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큰 맘 먹고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우리 결혼할까?"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올해는 힘들지 않을까?"였다. (스물아홉살 재취업준비생 B씨)


결혼을 일찍 하고 아이 빨리 낳아야 한다는 정부의 종용은 우리 사회에서 겉돌고 있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얼른 키워 육아부담에서 일찍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은 말 그대로 희망에 불과하다. 모두 현실적인 조건을 채워야 되지 않느냐며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어떤 젊은이는 무작정 결혼해 아이만 낳아서야 어떻게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것이냐며 정부의 얘기를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하고 만다.

28일 오후2시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방송인 박정숙씨의 사회로 진행된 '결혼하고 싶은 도시 서울만들기 청책(경청+정책)토론회'에서는 이런 시민들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민150여명과 박원순 시장, 마로니에 부부, 개그맨 김삼식씨, 결혼전문가 김지윤 소장이 참석했는데 저마다 결혼에 대한 현실적 고민은 깊어보였다.


청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비용'이다. 집값, 예식장 비용, 육아비용 등 결국 고민은 '결혼비용'으로 모아졌다. 신혼부부 평균 결혼비용 2억3700만원. 2015년 '결혼 못하는 청춘'들이 처한 현실에서 이런 조건이 시중에 돌아다닌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전세도 마련하지 못해 각자 집에서 사는 '따로 신혼'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유다.


결혼 못하는 청춘 당사자인 고예린(27·취업준비생)씨는 "아무래도 나이가 스물일곱살이다보니까 주위에서 결혼얘기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내 자신도 책임 못 지고 있는데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부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집 고민이 무척 크다. 집 걱정 때문에 취업이 된다 하더라도 향후 5년 정도는 결혼생각이 없다"며 "평균 결혼비용이라고 하는 2억3000만원 모을 때 까지는 결혼을 못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개그맨 김삼식씨는 "요즘 결혼하려고 하면, 남자도 조건 많이 따진다. 나도 사실 외모 외에도 경제력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하면서 많이 조건 따지게 되니 이렇게 서른아홉이 됐다"고 공감했다.


부부 가수인 '마로니에'도 결혼하기 어려운 현실이 요즘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마로니에의 파라씨는 "남편과 17년 동안 결혼 안하고 계속 만났다. 막상 닥친 결혼은 '현실'이었다. 그래서 준비가 됐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이제 겨우 결혼 3년차 부부"라고 말했다.


결혼전문가 김지윤 소장은 "한 설문조사에 프로프즈 비용만 얼마가 들 것인지 물어봤더니 남자는 프로포즈 비용 108만원 여자는 72만원. 이라고 말씀을 했다"며 "결혼을 하지 못하는 청춘들 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무조건 돕기에는 노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말로만 출산대책, 말이 되나요?" ▲ 결혼하고 싶은 도시 서울만들기 청책(경청+정책)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과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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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청춘들을 보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는 달랐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두 딸아이의 엄마라는 박연향씨는 "요즘 세대는 확실히 부모세대와 다른 것 같다"고 첫 마디를 뗐다. 그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리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이 늦어져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포기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입장에서는 자녀가 결혼이 늦어지면 마음이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며 "만약 사위가 전세도 마련해오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난감하긴 하겠지만 적극적으로 결혼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도 이에 공감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혹시 결혼을 약속할 커플이 있다면 선거법상 주례는 못하지만 축사는 해주겠다"며 청춘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봄이 결혼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다들 결혼하기 두렵고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로 경제적 여건들을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무겁다"고 하며 "더 많은 정책을 펴서 여러분들이 저렇게 결혼하기 두렵다든지 싫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에서 추진 중인 여러 정책들을 소개했다. 먼저 "비용이 많이 드는 결혼식장 시민청 태평홀에서 '훌륭한 부부가 되는 교육'만 받으면 무료"라고 소개했다. 또 앞으로는 서울 숲, 노을공원등. 아주 특별한 장소들을 제공해 비용절감하도록 하겠다고도 계획을 밝혔다.


또 신혼집 마련에 대해서 "서울시 공공임대 주택이 23만호 정도 된다. 8만호 더 지을 예정"라고 하며 "신혼부부 100세대 모이면 집을 짓는데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집을 짓는 기간 동안 융자를 하는 정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결혼하기 전 청춘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실적으로 당장 결혼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서울시의 25%가 싱글이다. 그 기간까지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안심택배, 안심주택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참석한 이유림(24·대학생)씨는 "현실적으로 평소에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정부에서 생각보다 결혼에 대해서 지원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결혼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혜은(23·대학생)씨는 "사실 정책이 앞으로 추진되는거 보고 결혼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겠지만 오늘 '결혼할 준비가 됐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말이 와 닿았다"고 했다.


박신혜(25·직장인)씨도 "시장님이 마지막에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을 말씀해주셔서 여러 정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취업한 직장인이지만 비용생각하면 결혼하기 막막한 부분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 것 같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승훈(28·직장인)씨는 "결국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건 인식을 바꾸거나 생각을 바꾸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데 그런 쪽의 이야기만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도 누구에게는 정답일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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