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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끝판왕은 "국회의원=3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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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지난 18일 첫 회의를 열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도에서부터 정치관련법 전반을 다룰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정개특위는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헌법불합치 판결로 인해 선거구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정치구조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개특위가 다룰 안건 중에서 최대 난제는 무엇일가? 아마도 그 답은 바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축소해서 총비용을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안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의 개정의견에는 사실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현행 의석수를 300석 그대로 유지하되 지역의석을 246석에서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의석으로 100석으로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이 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구 의석을 선관위 안대로 46석 축소할 경우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그 정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외에도 심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의원 정수는 OECD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의 이같은 제안은 여론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16일 심 원내대표는 상무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정치개혁 방안이 보도되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는데 모처럼만에 저와 우리 당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의당이 낸 정치개혁 방안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그동안 기득권에만 매몰되었던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불신이 극심하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국민들의 관심을 보면서 저는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서 올바른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역시 "양당과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에 또 다시 정치개혁이 좌초되고 오히려 정치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이때 정의당이 마음 단단히 먹고 소신있게 내놓은 개혁안"이라며 "정치를 축소시키는 것이 정치 개혁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정수는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비례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지역대표성 외에도 전문성이나 직능, 소수자 대표성을 갖춘 인력들이 입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 때문이다. 가령 국회는 주요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가운데 경제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몇명 안 된다. 지역구를 통해 들어오려면 단순히 해당 분야의 전문성 보다는 지역민심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제통이었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서도 지역대표성과 전문성간의 충돌을 엿볼 수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 의원의 20대 총선 불출마을 살펴보면 "지역구를 관리하는 부담에서 빨리 벗어나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당의 경제통인 그가 지역구에 대해 느꼈던 부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외에도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위해서는 비례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 주장은 특정 지역의 패권적인 정당구조를 깨기 위해 권역별로 비례의석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상황은 비례를 늘리기보다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주장은 일차적으로 지역구 의원의 밥그릇 지키기 성격도 크지만 이외에도 선거구가 통폐합 되어 지역대표성을 상실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뒤 따른다. 가령 인구가 적은 곳의 경우 3~4개시군을 합해 1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만들었는데, 헌재 판결로 5~6개 지역이 1개 선거구로 묶여야 하는 것이다. 1명의원이 대표하는 지역구가 현저히 넓어지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을 늘리자는 주장 이면에는 이같은 현실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국회의원을 300석에 맞출 경우 비례의석과 지역구 의석의 비율은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 정치만 고려하면 지역구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례의석을 늘리기 보다는 지역구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를 줄일 경우 선거구가 통합될 수 있는 의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서는 심 원내대표의 제안처럼 의석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역대표성과 현실 정치의 힘을 인정해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비례의석을 늘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가 지난주 여론에서 받았던 비판에서 확인되듯 이를 정치권에서 제기할 경우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정개특위 관계자들은 일단 의석수 문제는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의석수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가는 정개특위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공천혁신단장 원헤영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역구를 안 늘린다는 전제로 비례의석을 70∼80석이나 아니면 100석으로 늘리는 걸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 이 문제는 다양한 학계나 전문가 집단, 언론 시민사회 등에서 공론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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