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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10초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봄빛깔 가득한 섬진강의 새벽, 물안개로 가득한 하동 송림은 한폭의 수묵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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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지리산의 능선 아래 섬진강은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퍼지는 자욱한 물안개가 섬진강을 타고 흐릅니다. 싱그러움을 잔뜩 머금은 송림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수채화 같은 섬진강변의 풍경은 사라지고 구름속에 잠긴 한 폭의 수묵화 세상이 열립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벗 삼아 구름위 산책이 시작됩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길따라 강변둑 차밭은 초록빛으로 짙어가고 있습니다. 구제봉 중턱에 자리한 먹점마을의 다랑이밭 사이로 매화도 한창입니다. 시골장터엔 쑥,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이 지천으로 깔렸습니다. 거친 손마디마다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강바람일 때마다 춤사위를 펼치는 강변 대밭과 지리산 자락을 품은 악양들판이 뿜어내는 초록빛깔 또한 생동감으로 충만케 합니다. 이처럼 섬진강을 품은 하동은 지금 완연한 봄입니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섬진강변에 자리한 하동 송림의 새벽 풍경이 아름답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굽이굽이 푸른 물결 따라 봄바람난다

지리산에서 달려온 크고 작은 산줄기는 이어지고 계곡 사이로 흘러내린 물은 굽이굽이 섬진강이 된다. 봄날 섬진강의 주인공은 산수유와 매화가 첫 줄에 선다. 하지만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결코 꽃에만 있지 않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물을 따라가 보라. 모래톱 사이사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며 그 속에서 재첩잡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싱싱한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이 생겼다. 바로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다.


화개장터에서 시작해 하동송림까지 20.9km에 이른다. 길은야생차촌(화개장터~녹차연구소 3.2km), 문학존(녹차연구소-평사리공원 6.1km), 두꺼비존(평사리공원-명품유통센터 6.9km), 재첩촌(명품유통센터-송림공원 4.7km) 등 4개 코스다. 길 중간 중간에는 천년녹차, 은모래, 두꺼비전설, 팽나무, 돌티미, 하동나루터 같은 지역별 이야기와 전설이 담긴 테마쉼터가 여유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파릇 파릇 봄기운이 가득한 하동 들녘

길을 나서면 하루하루 초록빛이 짙어지는 차밭이 먼저 반긴다. 차나무들이 구불구불 이랑으로 이어지며 반짝이는 초록빛의 화사함은 꽃의 아름다움 못지않다. 특히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에 줄 맞춰 심어진 차나무들 사이로 순백의 매화가 차나무의 초록과 대비돼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매화가 도열한 길을 걷다보면 섬진강의 반짝이는 강물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의 평화로운 모습도 정겹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의 중간쯤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로 친숙한 악양의 평사리다. 하동에서 봄날의 으뜸가는 명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악양 들판의 보리밭은 띄엄띄엄하고 아직 논과 밭은 비어있지만, 봄이 더 무르익어 자운영이 피어날 무렵이면 들판 한가운데 두 그루 소나무가 어우러지면서 가장 아름다운 들판을 보여준다.

평사리에서 섬진강으로 내려서면 고운 빛깔의 모래톱이 나온다. 넓은 백사장을 걸으며 재첩잡이 배를 볼 수도 있고 따사로운 봄빛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도 아름답다. 평사리공원 입구에 놓여 있는 나룻배는 이곳이 하동읍과 화개장터를 오가는 물목인 개치나루터였음을 말해준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를 따라 가다보면 구불구불 섬진강변 차밭이 초록빛으로 짙어지고 풍경을 만난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의 끝은 하동송림이다. 강변의 송림에 들어 가슴을 펴고 소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몸을 맡겨보자. 송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섬진강이 황금빛 실처럼 길게 몸을 튼다.


봄꽃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하동의 대표적인 봄꽃은 벚꽃이다.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가는 19번 국도는 우람한 아름드리 벚꽃의 터널이다. 이제 꽃망울을 맺은 벚꽃은 4월 초순이 되어야 자태를 뽐낼터.


대신 이맘때는 운치있는 매화가 있다. 강 건너 광양 매화마을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하동의 매화는 띄엄띄엄하지만 지리산에 기댄 마을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온통 매화나무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지리산 자락 구제봉 중턱의 산간마을인 먹점마을이다. 먹점마을에 피어나는 매화는 휘어진 흙길과 오래된 집, 그리고 다랑이밭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산골마을의 정취가 오롯하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하동에서 만난 봄 풍경


주말에 하동을 찾는다면 장터도 빼놓지말자. 내달 4일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안단테 하동 봄나물 장터'가 열린다.


알록달록 한껏 치장한 할머니들이 손수 수확하거나 캔 봄나물들을 한아름 장터에 풀어 놓는다. 관광객들은 장터를 옮겨 다니며 봄나물을 구경하고 흥정하느라 떠들썩하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파전에다 막걸리를 들이켜며 옛 장터 이야기에 신이난다.


◇박경리 토지길-사뿐 사뿐 치맛자락 휘날리며 꽃길 따라 소설 속으로
지리산을 넘어온 아침 안개가 섬진강 강바람의 재주에 슬며시 숨소리를 죽인다. 늦잠에서 막 깨어난 악양 무딤이들판(평사리들)이 '토지'의 서희 아씨처럼 화사한 자태를 드러낸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고소산성에서 바라본 섬진강


섬진강 하동포구 80리를 이루는 악양면 평사리. 고(故) 박경리 선생은 섬진강과 지리산이 어우러진 평사리를 무대로 토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문화생태탐방로인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은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손꼽히는 토지의 무대를 밟아가는 도보길이다.


총 31km의 '토지길' 중 토지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평사리를 지나는 1코스(18km)와 19번 국도를 따라 꽃길을 걷는 2코스(13km)로 나눠진다.


토지길의 들머리는 평사리공원 개치나루터다. 섬진강 위를 누볐을 소설 속 그 나룻배였는지도 모를 배가 모래톱에 걸터 앉아 강을 바라본다.


토지길은 19번국도를 가로질러 곧장 '무딤이들'로 부리는 악양들판으로 휘적휘적 내려선다. 무딤이들은 밀물 때 섬진강물이 역류하고 홍수가 나면 무시로 물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순 우리말 이름이다. 들판은 무려 83만평으로 소설 토지가 이곳에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악양들판의 부부송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이정표를 따라 반듯 반듯한 들판을 가다보면 한가운데에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와 마주한다. 훤칠하고 단아하다. 사람들은 부부소나무라고 부른다.


소나무 둘레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 옆으로 물꼬에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박경리 선생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했다. 맞다. 넉넉한 이 들판은 모든 생명을 거두고 자신이 키워낸 쌀과 보리로 뭇 생명들의 끈을 이어주는 그런 곳이다.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에서 한산사 방향으로 오른다. 평사리 최고 전망대인 고소산성을 들르기 위해서다. 오솔길을 따라 40분쯤 오르면 산성에 닿는다. 고소산성이 빼어난 건 거기서 섬진강의 물굽이와 악양의 들판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성에서 보는 섬진강은 화려하거나 빼어나지 않다. 오히려 수더분하고 밋밋하다. 사실 그게 섬진강이다. 이렇게 멀리 물러나서야 비로소 섬진강이 오래된 강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하동장터에 나온 쑥, 냉이, 달래 등 봄나물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섬진강에서 만난 강태공


최참판댁에서 돌담을 따라 마을길을 걸으면 조부잣집이라고 불리는 '조씨 고가'가 나온다. 길은 녹차밭과 매화밭 사이를 물결치듯 타고 돈다. 토지길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풍경들이다.


하동=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하동 나들목을 나간다. 19번 국도를 이용해 섬진강을 따라 가다보면 하동읍, 악양 등이 차례로 나온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먹거리=하동의 대표 음식은 재첩이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하동의 명물이다. 화개면의 동백(055-883-2439)식당은 뽀얀 국물이 우러난 제첩국과 참게장이 맛깔나다. 섬진강횟집(055-883-5527)은 참게에 몸에 좋은 찹쌀ㆍ들깨 등 8가지 곡식을 넣어 끓여낸 참게가리장국이 소문났다. 쌍계사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사찰 들깨국수가 맛나고 찻집 녹향은 그윽한 차향에 빠져볼 수 있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재첩국

△볼거리=벚꽃으로 유명한 쌍계사를 비롯해 전라도와 경상도를 잊는 화개장터, 야생차밭, 하동송림, 최참판댁, 고소산성, 이순신 백의종군길 등이 있다. 차량으로 금오산에 오르면 힘들이지 않고 한려수도를 만날 수 있다. 이순신장군의 노량해전으로 유명한 남해대교는 20분 거리다. 문의 하동군 문화관광과(055-880-2381ㆍ2360)


△토지길 2코스=쌍계사 십리벚꽃길을 아우른다. 화개장터∼십리벚꽃길∼차 시배지∼쌍계석문바위∼쌍계사∼불일폭포∼국사암 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는 4월 벚꽃이 필 때와 5월 야생차 수확기가 절정. 하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아예 이른 새벽이나 한밤에 두 발로 걷는 게 상책이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매화가 활짝 핀 먹점마을의 정취가 정겹다.

[여행만리]섬진강변 솔숲의 봄…하동은 지금 바람이났다 새벽녘의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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