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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논리다] ‘알겠는 소설’이 맞는지 알쏭달쏭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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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논리다] ‘알겠는 소설’이 맞는지 알쏭달쏭 ①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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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겠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느 소설가가 쓴 글의 한 문장이다. 여기서 ‘겠는’이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먼저 ‘겠는’이 무엇을 줄인 말인지와 관련해 우리말의 ‘감초’인 ‘것’을 생각해보자.
‘것’은 가능, 예정, 의지, 추측 등을 나타낼 때 쓴다. 다음 예문을 보자.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이다. (예정)
▷이 학생은 이 문제를 풀 것이다. (가능)
▷나는 커서 선생님이 될 것이다. (의지)
▷그는 지금 언짢을 것이다. (추측)


이들 문장을 ‘겠’을 넣어 바꾸면 이렇게 된다.


▷하늘을 보니 비가 오겠다.
▷이 학생은 이 문제를 풀겠다.
▷나는 커서 선생님이 되겠다.
▷그는 지금 언짢겠다.


‘겠’은 ‘것이’가 줄어든 어미임을 알 수 있다. ‘것’에 ‘이’가 붙으면서 '겟‘이 됐다가 '했’ ‘었’ ‘됐’과 마찬가지로 쌍시옷을 받치게 됐다.


▷“이 정도 얘기했으니 이제 알겠지?”


위 문장에서 ‘알겠지’는 ‘알 것이지’가 줄어든 말이고 ‘겠’은 ‘가능’을 표시한다. 다시 처음 인용한 문장으로 돌아가자.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겠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겠’에 ‘것이’를 대입하면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뀐다.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 것인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부자연스럽다.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달리 쓰면 어떨까.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 만한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200년간 반복돼서 척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200년간 반복돼서 척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게 되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알 것인’ 대신 그냥 ‘알’이나 ‘아는’으로 끝내도 된다.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알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200년간 반복돼서 첫 장만 열어도 어떻게 끝날지 다 아는 소설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소설가가 저렇게 쓰니, 일반 언중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가수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이라고 대답한 뒤 “나이를 먹을수록 의미를 더 잘 알겠는 노래죠”라고 말했다.


여기서 인용된 말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았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는 노래죠.
▷나이를 먹을수록 의미를 더 잘 알게 되는 노래죠.


‘뜻을 알겠는 이야기’는 ‘뜻을 알 수 있는 이야기’ ‘뜻을 알 만한 이야기’ ‘뜻을 알게 되는 이야기’로 어법에 맞춘 표현으로 변환 가능하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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