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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녹색과 파랑 다 나타내는 까닭?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고대에는 파랑은 녹색 계열로 분류…파란색 분리된 건 근대의 일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천녀유혼’의 왕조현과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함께 출연한 ‘청사’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1000년 묵은 백사 백소정(왕조현 분)과 500년 된 청사 소청(장만옥 분)이 인간이 되기 위해 속세로 나오면서 시작된다.

영화 제목이 청사이니 장만옥이 연기한 인물(?)이 주인공인지는 이 글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이 영화를 화제 삼은 것은 ‘청사’(靑蛇)‘라는 제목이 영어로 ’그린 스네이크‘(Green Snake)'로 번역됐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靑이 녹색과 파랑 다 나타내는 까닭? 여오하 청사 포스터. 영어 제목은 Green Snak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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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녹색을 가리키는 녹(綠)자가 있는데 그 대신 청(靑)을 썼다는 것은 중국에서는 청(靑) 글자로 녹색과 파랑을 다 나타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녹음이 우거진 산을 청산(靑山)이라고 부른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중국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도 ‘푸르다’가 비슷하게 쓰였다. 산도 푸르다고 했고 강도 푸르다고 표현했다.


이눈 중국 문화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파랑은 녹색 계열로 분류됐다가 가장 나중에 독자적인 색채로 분리됐다. 그리스와 헤브루 문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라디오랩을 인용해 파랑이 독립한 과정을 설명했다.


나중에 영국 수상이 된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1858년 호머가 ‘오딧세이’에서 “짙은 파란색” 대신 “와인처럼 검은 바다”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한다. 글래드스턴은 이 서사시에서 색채를 나타낸 단어를 찾아본다. 검정은 200번, 흰색은 100번 쓰였고 빨강은 15번이 채 안 나왔고 노랑과 녹색은 10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글래드스턴은 다른 문헌도 찾아본 뒤 고대 그리스에서는 ‘파랑’이 전혀 표현되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철학자 라자루스 가이거가 후속 연구에 착수한다. 가이거는 아이슬란드 영웅전설과 코란, 고대 중국 이야기, 구약성서의 고대 헤브루판, 그리고 힌두 베다 문헌에는 모두 하늘이 수없이 언급되지만 어느 한 군데에서도 하늘을 파랗다고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고대에는 파랑이 별도의 색채가 아니라 녹색이나 짙은 그늘과 비슷한 색조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이는 자연에 파랑이 드물었기 때문이라며 자연에는 파란 동물도, 파란 꽃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늘은 파랗지 않나? 이에 대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선입견이나 지식이 없는 아이는 하늘이 파랗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힘바족(族)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제시했다. 힘바족은 파랑과 녹색을 구분하지 않았고 이 부족한테는 파랑을 지칭하는 단어도 없었다.


중국에서는 청(靑)이 녹색과 파랑을 다 가리키다가 벽(碧)이나 남(藍) 글자가 생겼으리라고 추정된다.


다만 이집트는 고대부터 파란 염료를 활용했고 그래서 파랑이라는 색채를 인식했다. 라피스 라줄리(청금석ㆍ靑金石)라는 짙은 청색 광석을 장신구 재료로 활용한 곳도 이집트다.
No one could see the color blue until modern times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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