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서 각자도생…당청 가교 역할 기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지난해 당 대표 선출에 이어 원내대표 선거까지 잇달아 패배하면서 향후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원내대표 선거 직후 표면적으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 행보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미 심상찮은 모습이었다. 당내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지후보를 언급하지 않는 등 확실한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구심점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저마다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경선 후보 유세에서 원조친박에서 탈박으로 바뀐 유 의원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급기야 '박심(박 대통령 의중)'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각에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경선 투표에 총출동했지만 결과는 유 의원의 낙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빼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청와대 만찬회동을 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측이 김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며 세를 과시한 것에 비하면 힘은 상당히 빠졌다. 한 친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 움직임이 당분간 두드러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선출된 이후 한동안 잠행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이 비박인 유 원내대표를 선택한 만큼 '탈박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친박 숫자가 따지면 많지 않고 공고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계파를 없애기 위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데 친박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