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일 3국이 29일 '북한 핵과 미사일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하 정보공유 약정)에 서명하면서 정보교류가 공식 발효됐다. 하지만 3국간에 제공할 정보수준에 대한 후속 협의없이 서명을 먼저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날 “한미일 3국은 9부의(영문 3부, 각국 언어 3부, 한ㆍ영ㆍ일어 혼용 3부) 약정 문서에 서명했으며 미국 관리가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차관의 서명을 먼저 받은 다음 일본으로 건너가 니시 마사노리(西正典) 일본 방위성 사무차관의 서명을 받고, 이어 이 문서를 한국으로 가져와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서명했다”고 말했다.
정보공유 약정이 발효되기 때문에 미국을 중간 통로로 한국과 일본 간에 북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정보 공유도 이날부터 이뤄지게 됐다. 3국간의 북한 핵ㆍ미사일 정보 유통은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국 국방부가 우리의 승인을 거쳐 일본에 주고, 반대로 일본 방위성이 미국에 정보를 주면 일본의 승인을 거쳐 한국에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과 일본은 직접적으로 군사정보를 주고받지 않는다.
하지만 약정에는 공유할 정보의 비밀등급은 결정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29일 오전 서명과 동시에 발효되면 1급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교류할 정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명을 먼저 한 것은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3국간에 군사정보와 관련한 공유약정은 조약·협정보다는 낮은 단계로 법적 구속력과 의무조항도 없어 한국에서 제공되는 고급정보를 일본이 자국내에서 흘리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우리측만 국내법인 군사기밀보호법에 저촉되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국회 사무처는 지난 국정감사 당시 "타국의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는 자국의 안보자료에 비해 소홀히 취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비슷한 종류의 양해각서가 이미 러시아, 베트남, 콜롬비아 등 15개국과 체결됐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우리 군 당국은 일본에 제공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는 비밀등급 2∼3급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내일 서명과 동시에 발효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일본에 제공할 정보는 2∼3급 수준에서 결정될 것 같다"면서 "미국과 일본 간에도 모든 정보, 특히 민감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3급정보만 교류할 것이라면 현재 한ㆍ미, 미ㆍ일 사이에서 체결되어 있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이 체결로 충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GSOMIA의 경우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 지난 2012년 추진하다가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에는 2급 수준의 정보를 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정보를 1∼3급, 대외비, 특별취급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1급 수준의 정보는 수집 수단을 노출하지 않는 시긴트(SIGINTㆍ신호감청)와 휴민트(HUMINTㆍ인적첩보)가 대부분이다.
국방부관계자는 "앞으로 정보당국끼리 제공할 정보의 수준을 결정하는 후속 협의를 할 계획"이라며 "어떤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그때 어떤 정보를 교환할지, 오프라인으로 제공할 때는 어떤 등급의 정보를 제공할지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에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에 관한 업무보고를 하면서 국방부가 26일 서명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국회와 언론에 약정을 설명하면서 29일 서명을 하고 이날부터 발효된다고 밝힌바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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