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8일 정부 입장 발표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줄기차게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아예 없앤 만큼 향후 남북간 협상에서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은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의 합의로 매년 5% 범위 안에서 결정돼왔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의 10여개 조문을 개정했다면서 이 중에는 "지난 시기 종업원 월 최저노임 50달러로 하고 해마다 전년도 최저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게 돼있던 내용을 없애고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중앙특구개발총국)이 노동생산 능률과 공업지구 경제발전 수준, 노력(노동력) 채용 상태 같은 것을 고려해 해마다 정하는 문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이번에 바뀐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의 나머지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없앤 것처럼 남측 기업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보도가 맞다면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 최저임금을 매년 5% 이내에서 점진 인상해온 것을 앞으로는 무제한 인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6월26일 열린 제5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도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에 노동규정 개정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8일이나 돼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자세한 내용을 받아서 정리해서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03년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은 제25조에서 "기업의 종업원 월 최저노임은 50달러로 하며, 종업원 월 최저노임은 전년도 종업원 월 최저노임의 5%를 초과해 높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은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의 합의로 결정해왔으며 2007년부터 해마다 5% 올려 5월부터 70.35달러로 정해져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5만3000여명의 북측 노동자들은 이 같은 최저임금에다 야근 수당과 상여금 등을 더해 월평균 150달러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임금 총액도 올라가는 만큼 입주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끼리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의 일부 내용이 수정보충됨으로써 앞으로 공업지구에서 노동생산 능률을 더 높이고 공업지구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경제특구로 발전시키며 민족 공동의 번영과 균형적 발전을 더욱 추동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일방으로 없앤 것은 입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해온 개성공단 국제화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이트 보도라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그것이 맞다면, 북한이 노동규정 개정을 근거로 임금 인상 압박을 강화할 경우 외국 바이어가 개성공단 기업과 거래를 끊을 수도 있을 것인 만큼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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