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블레이드 탄생비화…"개발자 못구해 당황"

시계아이콘02분 1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더스토리 벤처, 운명의 그 순간]⑥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 투자자에 큰소리 쳤는데 프로그래머 못구해 당황 "개발자는···바로 접니다"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블레이드 탄생비화…"개발자 못구해 당황"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
AD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게임 개발에서 손을 뗀지 4년. 다시 그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익숙한 게임 기획자의 길을 계속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 채용란(難)은 결국 그를 다시 게임 개발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됐다.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는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2년 전을 회고하면 지금도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가 벼랑 끝에 몰린 순간 '내가 개발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지요. 그렇게 결정을 내리니 모든 걱정이 눈녹 듯 사라졌어요."

김 대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태동하던 2012년 8월 엔젤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액션스퀘어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를 탄생시킨 이 회사의 가장 큰 위기는 설립 후 일주일 만에 찾아왔다. 투자자들에게 큰소리치며 회사를 세웠는데, 정작 기획한 게임을 만들어줄 프로그래머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500만원 더 주겠다고 했는데 안 오겠다고 해서 1000만원 이상 올려주겠다고 했는데도 고사하더군요." 김 대표는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명이 넘는 개발자들에게 연락해보고 면접을 봤지만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해놓고는 아무도 연락이 없었다. "'결혼도 했으니 아무래도 메이저에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에게 막 창립한 회사에 와서 비전만 보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던 거죠."


개발자를 구하지 못한 채 몇주가 흘렀을까.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주면서 못하겠다고 말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묘수가 떠오른 것이다. 프로그래머를 구했냐고 전화를 해오는 투자자에게 어느 날 김 대표는 자신있게 말했다. "S급 프로그래머 구했습니다. 바로 접니다."


게임회사에 10여년간 근무한 김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회사 생활 후반부는 게임 기획을 담당했기 때문에 개발에 손을 놓은 지 4년이나 된 시점이었다.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단축키도 생각이 잘 안났어요." 직접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4년의 공백은 컸다. 더군다나 '블레이드'에 사용된 '언리얼엔진3'는 김 대표가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엔진인데다, 지금껏 이 엔진이 모바일 게임에 적용된 적도 없었다. "기존에 써본 엔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했어요. 이걸 다 학습하려면 시간이 엄청 걸리겠다 싶었죠. 그때가 두 번째 고비였던 것 같아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거액의 과외비를 주고 2주간 집중 과외를 받았다. 그리고 꼬박 2주 만에 '블레이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엔젤투자자 덕분에 초기엔 자금문제가 없었지만 곧 추가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 "당시에는 모바일 게임 초기라서 가볍고 캐주얼한 게임이 대세였어요. '블레이드'처럼 무겁고 복잡한 3G 액션 RPG 게임을 누가 하겠냐는 시선이 많았죠." 모두가 투자를 꺼리는데 선뜻 김 대표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투자자가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시장도 종국에는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지배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다만 PVP(이용자간 대결) 버전을 만들기까지 6개월은 족히 걸리는 일정이 걸림돌이었다. 김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주도에 주문한 감귤이 도착하기 전에 그 버전에 당신의 책상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당시 김 대표가 투자자에게 보낸 장문의 메일, 맨 마지막 문장이다. 김 대표는 이틀 만에 뚝딱 PVP 버전을 만들어 보냈고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투자금을 받았다.


퍼블리셔 4:33이 '블레이드'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날 오픈하고 한시간 지날 때마다 1000만원씩 매출이 올라갔어요. 이튿날부터는 하루 지날때마다 1억씩 늘었죠." 매출 1억, 2억을 찍는 시점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던 직원들은 너무 빨리 늘어나는 매출 때문에 이후 사진찍기를 포기한다. 액션스퀘어는 연매출 900억원을 거두며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일 지스타에서는 블레이드가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으면서 명예까지 얻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위기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그는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스스로 확신이 강했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도 늘 '고집쟁이', '말 안듣는 부하직원'으로 통했던 그는 신임개발자들에게도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본인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대를 바꿀 최고의 게임은 또 액션스퀘어가 만들 것"이라며 "게임 컨셉은 내년에 공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