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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기로에서 U턴…F4 맨앞에 선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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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 나이츠 김민수, 최근 4경기서 20점 이상 득점…지난 시즌 부진으로 심리 위축, 동료 조언 받고 골밑 집중한 게 약돼

은퇴기로에서 U턴…F4 맨앞에 선 이 남자 김민수[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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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 서울 SK(13승4패)의 상승세가 매섭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6일 최하위 서울 삼성(4승14패)을 상대로 7연승에 도전한다. 선두 울산 모비스(15승3패)를 한 경기 차로 추격할 기회.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용인 양지체육관에서 25일 열린 팀 훈련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쳤다. 그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 팀의 장점이요? 소통이죠. 서로 끊임없이 대화해요." 그 덕에 부상의 암초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SK는 지난 9일 전주 KCC와 경기에서 최부경(25)이 다쳤다. 디숀 심스(26)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안면 골절 수술을 받은 그는 당분간 쉬어야 한다. "답답하네요. 없으면 안 되는 선수인데." 하지만 문경은(43) 감독의 한숨은 길지 않았다.

김민수(32)가 펄펄 난다. 그의 활약은 공백을 메우는 수준 이상이다. 지난 네 경기에서 모두 20점 이상 넣었다. 이 기간 리바운드는 평균 4.93개. 적극적인 골밑 쇄도와 정확한 골밑슛으로 상대의 집중견제를 뚫었다. 동료들의 조언이 한 몫을 했다. 김선형(26)은 "민수 형에게 '골밑을 많이 두들기면 상대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주장 (박)상오(33) 형도 미팅을 하며 비슷한 뜻을 자주 전했다"고 했다. 문 감독은 엄지를 치켜든다. "도움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열심히 해준다. 이렇게만 해주면 최부경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은퇴기로에서 U턴…F4 맨앞에 선 이 남자 김민수[사진=KBL 제공]

그러나 김민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난 여섯 시즌을 뛰면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어떤 타이틀이든 하나를 꼭 챙기고 싶어요." 지난 시즌을 마쳤을 때만 해도 그는 은퇴를 고민했다. 성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다. 김민수는 2012-2013시즌 52경기에 출장해 평균 8.3득점 4.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46경기에서 평균 6.7득점 3.2리바운드에 머물렀다. "평균 득점이 5점 밑으로 떨어지면 은퇴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 기준에 점점 가까워지니까 무섭더라고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심리치료까지 받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잡은 자가용 핸들도 그랬다. "음악을 틀어놓고 무작정 달렸어요. 지름길 대신 다른 곳을 경유하며 목적지를 찾으면 스트레스가 풀렸거든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효과가 없더라고요."


김민수는 돌파구를 코트에서 찾았다. 3점슛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골밑 경쟁에 중점을 두고 팀 훈련에 참여했다. "주위에서 외곽 플레이가 잦아 기복이 심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훅 슛과 미들 슛을 부단히 다듬었어요. 생각해보니 주목받았던 경희대 재학 시절 골밑에서 재미를 많이 봤더라고요.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수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규칙 개정으로 더욱 치열해진 골밑에서 몸싸움을 자처한다. "프로농구에 데뷔했을 때부터 외국인선수들을 막았어요. 그 경험이 쌓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솔직히 부경이가 선수단에서 제외되면서 그걸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해 열심히 뛰기도 했죠." 달라진 김민수에 대해 문 감독은 "이제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높은 신장에 점프력까지 있는 선수가 외곽에서만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최부경의 부상으로 풀타임을 뛰면서 공격 비중이 높아지니까 공격력이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자꾸 파울도 얻어내면서 득점이 많아지니까 골밑에서 재미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은퇴기로에서 U턴…F4 맨앞에 선 이 남자 김민수(왼쪽)가 SK 농구단 사인회를 딸 시은 양과 뽀뽀를 하고 있다.[사진=KBL 제공]


아직 김민수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는 "작은 선수들을 수비할 때 여려움을 겪곤 한다. 그 점을 많이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어렵게 반등을 이룬 김민수의 올 시즌 꿈은 팀 우승. 목표는 최근 하나 더 늘어났다. 국가대표 재발탁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을 출전한 그는 "선형이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이 많이 부러웠다"고 했다. 그는 그날을 상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홈경기 때마다 코트를 찾아 응원하는 딸 시은(3)이에게 꼭 아빠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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