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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밥상' 지자체장-교육감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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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남발' '책임 떠넘기기'…박근혜정부 교육복지정책 파행 위기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교육재정 위기를 놓고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각 시도교육청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 불똥이 또다시 '학생들의 밥상'에 옮겨붙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에 이어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도교육청의 '무상급식비 30% 분담' 요구를 거부하면서, 무상급식 예산을 둔 지자체장과 시도교육감 간의 대립이 전국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준비 안 된 공약 남발과 '책임 떠넘기기'가 공교육 강화와 무상교육을 내세운 박근혜정부의 교육복지정책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급식 예산 갈등은 경남도에서 가장 먼저 달아올랐다. 지난 3일 홍 도지사가 무상급식 학교 현장을 직접 감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리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일선 학교에 감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며 맞받아쳤다. 이와 관련해 박 교육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무상급식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셈"이라며 "정치적 입신을 위한 정치 한탕주의로부터 학교급식과 교육자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의 발단은 '누리과정'에 있다. 정부가 내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시·도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에서 편성하라고 밝힌 데 대해 시도교육감들이 '편성 불가'로 맞서면서 당장 내년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입장이지만 지방채 역시 결국엔 시도교육청이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시도교육청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무상급식 유보, 누리과정 우선 집행' 입장을 밝히며,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불똥이 무상급식으로 튄 것이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이 한 주머니에서 나가는 상황에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무상급식을 버리라'는 뜻이 됐다.


교육계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1조3000억원이나 깎아놓고 대통령의 교육복지 공약을 시도교육감에게 떠넘겨 교육청을 재정파탄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또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0조원 늘리면서 유독 지방교육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중고 예산만 긴축하라는데, 이는 경기부양 등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교육에 인색한 근시안적 행태"라고 말했다. 장관에서 지자체장으로 이어지는 '장단 맞추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전교조는 "중앙정부에서 무상급식을 공격하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에 장단을 맞추며 정치적 계산으로 학생복지의 출발점이자 이제 막 정착 단계에 들던 무상급식을 뒤엎으려 한다"고 말했다.


경남 초·중등교장협의회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가 일선 학교를 감사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그동안 경남도의 자료 요청에 성실히 임했고 지도감독을 통해 이상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도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려 한다"고 항변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예산 떠넘기기'가 계속되자 정부의 교육복지 정책을 믿고 지지하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큰아이의 급식을 막내의 누리과정과 맞바꾸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둘째 아이'의 돌봄교실까지 이미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전국초등돌봄전담사들은 전교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인 '돌봄교실'이 파행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돌봄교실을 1만3000개로 확대해놓고 정작 예산지원엔 인색해, 하루에 3시간도 안 되는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들이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만 시키는 실정"이라며 "무상돌봄이라 믿고 맡겼지만 간식비와 식대를 부담하고 있는 학부모의 불만도 높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 필요한 예산 6600억원이 전액 삭감돼 현재 정부예산안에 의하면 국고지원은 0원"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고 재정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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