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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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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서울신라호텔 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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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해외에서 한식이 '웰빙 푸드'라는 평가와 함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건강한 밥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제대로 된 한식요리를 내놓는 식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호텔에서 요리하는 한식은 어떨까.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그리고 쉐라톤 그래드 워커힐의 간판 한식당을 소개한다.

서울신라호텔 라연(羅宴)=라연은 신라호텔이 8년만에 다시 선보인 한식당으로, 지난해 8월 서울신라호텔 최상층인 23층에 문을 열었다. 예(禮)와 격(格)을 갖춰 차려낸 최고의 한식 정찬이 라연의 콘셉트.


내부 디자인은 2006년부터 서울신라호텔 전반을 디자인한 피터 리미디오스와 국내 자문가들이 참여했다. 글로벌한 디자인 감각에 고증을 거친 전통 문양과 한국 전통적 소재를 활용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특히 기물은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조형미로 재해석한 라기환 작가와 이기조 작가의 작품을 사용해, 한식 정찬의 격을 완성했다.

라연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품질좋은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정통 조리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구매팀 테스크포스(TF)팀이 공수한 국내 최고의 식재료는 서울신라호텔 F&B의 저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컨대, 코스 메뉴 전에 나오는 주전부리 중 대추는 전국의 대추들을 직접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골라낸 경북 경산의 대추다. 다른 지역의 대추보다 월등히 고소하고 풍미가 뛰어나다. 대추의 단맛은 초가을 밤과 낮의 급격한 기온차와 햇살로 인해 빨갛게 익었을 때 최고가 되는데, 잘 익은 대추는 가을 비 바람에 쉽게 떨어지고 갈라져 썩기 때문에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라연에서 사용하는 대추는 최상의 상태일 때 수확해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최고의 대추만을 골라 식전 먹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서울신라호텔 라연 갈라디너


주요 메뉴 중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신선로다. 한국 음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궁중 음식 중에서도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신선로'. 신선로는 원래는 화통이 붙은 냄비 이름이었고, 음식 이름은 '입에 맞는 맛있는 탕'이라는 뜻의 '열구자탕'이었지만, 신선로로 음식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라연 신선로의 핵심은 육수에 있다. 최고급 한우양지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맑고 깊은 맛을 낸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서 육수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번 가을 주목받고 있는 메뉴는 바로 '율자죽'. 율자죽은 밤으로 만든 죽으로, 현대 고객들의 감성에 맞게 재현해냈다. 공주의 옥광밤과 천일염 외에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데도 진한 밤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그 비법은 옥광밤을 그늘에서 약 10일~2주 가량 말려 더욱 깊은 풍미를 이끌어낸 뒤 요리한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까지는 자연 송이 구이도 판매한다. 전통주 칵테일도 라연의 별미다. 전통주 칵테일 만추는 오미자와 향긋한 문배주로 만든다.


"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무궁화


롯데호텔서울 무궁화=1979년 롯데호텔 개관과 동시에 개장한 무궁화는 특급호텔 한식당 중 가장 맏형이다. 한때 수익성 악화로 폐점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롯데호텔은 5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0년 11월 리뉴얼 개장했다.


롯데호텔서울에서 주력한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의 개발이었다. 정통 한식을 보급할 것인가, 외국인 입맛에 맞게 퓨전요리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한식 세계화의 방법을 놓고 수개월 동안 연구와 고민,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결과 무궁화에서 내놓은 한식은 1900년 조선 말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42년 발간된 '우리음식' 등 옛 문헌을 참조해 옛 반가음식(양반이 먹던 음식)을 기반으로 현대식 한식코스 요리를 개발했다.


무궁화의 메뉴는 정식 상차림 개념의 코스메뉴로 구성된다. 식전먹거리, 찬전식, 응이(죽류), 생선요리, 구이요리, 후식 등 각각의 코스를 소반차림(3~5가지 이상의 음식을 한 개의 큰 접시에 각각 담아내는 것)으로 제공한다.


무궁화 리뉴얼 오픈 이후 가장 크게 변한 점도 주요 고객층으로 서양인(미주, 유럽계)과 한국인 고객의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일일 평균 매출도 종전보다 약 2.5배나 증가했다.


"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무궁화 코스


지난해 9월부터는 궁중 왕가 반상 차림을 새롭게 도입했다. 보다 간소하고 정갈하게 한식을 맛볼 수 있도록 새로운 상차림을 마련한 것이다. 한우 등심구이부터 갈비찜, 불고기, 돌솥 비빔밥 등에 된장찌개와 각종 찬을 곁들였다.


천덕상 셰프가 꼽는 무궁화 대표 음식은 '명장 무궁화 구절판'과 '해물 궁중 신선로'다. 무궁화에서 준비하는 구절판의 차림은 각 계절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진다. 고명으로는 제철 식재료 중 가장 맛이 좋은 재료들만을 선별해 인삼, 더덕, 애호박, 파프리카, 표고버섯, 쇠고기, 킹크랩 등을 다채롭게 곁들인다. 신선로에 해물을 더해 색다른 맛의 조화를 선보이는 해물 궁중 신선로도 겨울철 몸을 데워주는 따끈함까지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다시마와 멸치를 이용한 육수에 광어, 새우, 미나리 등을 곁들여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비결이다.


"한판뜨자" 특급호텔 셰프들의 한식 전쟁 명월관 장향갈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명월관'=1984년에 개관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은 최상의 한우와 전통 참숯만을 이용한다. 명월관에서는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한 메뉴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상품이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된장 양념의 장향갈비다.


명월관의 염영일 조리장은 "'왜 꼭 갈비 양념은 간장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대표 발효전통음식인 된장을 이용해 장향갈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향갈비'의 양념은 보리된장, 배 등의 식재료를 이용한다. 된장 소스가 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요르단 국왕이 이틀간 호텔에 머물면서 명월관에 두 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요르단으로 들어가기 전 수펙스 김치 5kg과 갈비 75인분을 포장해가기도 했다고 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본관에는 또 하나의 한식당 '온달'이 있다. 현재 리뉴얼 공사가 진행 중이며, 다음달 초에 오픈 예정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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