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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돈 꽂아놓고 안찾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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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회전율 7년4개월새 최저

기업 투자안해 자금결제 느리고…가계도 소비 위축에 돈 안써

은행에 돈 꽂아놓고 안찾는 사회 (자료:E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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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7년4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침체에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보니 기업은 자금결제가 뜸하고, 가계는 맡겨놓은 돈을 찾지 않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과 달리 언제든지 넣고 뺄 수 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5.2회를 기록해 2007년 4월(24.6회) 이후 7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평잔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예금 인출이 빈번했다는 뜻이고 낮으면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빼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2년에는 연중 30회를 웃돌았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13년 2년 29.2회로 떨어진 이후 등락을 보이다 올 들어서는 25회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4월 26~28회 사이를 오갔지만 5월 25.3회로 떨어졌고 6월 25.9회 7월 27.7회로 상승하는 듯 하다가 8월 25.2회로 주저앉았다.


종류별로는 당좌예금(616.6→551.0), 보통예금(15.0→13.8), 별단예금(3.8→3.5), 가계종합예금(2.5→2.2)이 모두 전월에 비해 떨어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당좌예금은 빨리빨리 결제가 돌아가야 정상인데 이게 느려진다면 기업 자금결제가 뜸하고 가계는 돈을 넣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예금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투자주체들이 지출을 별로 하지 않고 계속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저축예금 등으로 구성된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7월 1.2회에서 8월 1.1회로 떨어졌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7~8월 두달 연속 0.1회에 머물렀다. 저축예금은 7월 1.6회에서 8월 1.4회로 떨어졌다. 전체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도 3.8회에서 3.6회로 하락했다.


돈을 찾기보다 돈을 묶어둔 것은 그만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의 단기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어떤 예금에 들든 금리 차이가 별로 나지 않다보니 그냥 맡겨두고 바로 바로 빼고 넣을 수 있는 자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증시주변자금(투자자예탁금·파생상품거래 예수금·RP·위탁매매미수금·신용융자 잔고·신용대주 잔고)은 8월 10개월만에 100조원대를 뚫어, 101조5370억원을 기록했고 9월에는 이보다 850억원 많은 102조3870억원을 나타냈다.


여윳돈도 저축성예금보다는 요구불예금에 쏠리고 있다. 8월 기준 요구불예금은 114조9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15%, 전월보다 4% 늘었다. 반면 저축성예금은 936조38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 전월비 0.6%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예금회전율이 낮아지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일본식 저성장 고령화'에서 원인이 있다고 봤다. 전성인 교수는 "경제 성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꼭 우리나라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일본의 가계나 기업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가 25년이나 지속돼도 돈을 빌려가지 않고 빌려간 자금을 갚는데만 열중했다"면서 "경제성장률, 소비, 투자, 저축 등이 낮은 신4저시대에는 돈을 쓰지 않고 빌린돈을 갚기만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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