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통장이 사라진다

은행들 발행.보관비용 아끼려…서류도 디지털화 바람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스마트금융이 발달하면서 은행에서 종이통장이 사라지고 있다. 실물통장의 발행비용과 보관비용마저 아끼려는 은행의 고심이 만들어낸 금융권의 새로운 모습이다.

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우리은행 고객은 종이통장 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과 적금, 펀드 등 은행에서 취급하는 개인소매금융 전 부분에 걸쳐 종이로 된 통장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기존과 같이 종이통장도 발행한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는 은행이 종이통장의 신규발행, 재발행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에겐 재발행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줄여보려는 고심이 담겨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많은 고객이 통장을 들고 다닐 필요성을 못 느끼다가 잃어버리거나 못 찾아 수수료를 부담하고 재발행을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늘 소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통장을 구현하면 재발행에 따른 수수료 부담도 덜도 은행도 실무 부담을 덜어 윈-윈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종이 통장 없는 상품을 출시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용통장인 '우리닷컴통장'을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IBK기업은행도 스마트폰 전용 수시입출식예금인 'IBKONE앱통장' 상품을 2011년 8월에 출시하고 지금까지 13만5000좌, 409억원의 수신고를 올렸다. 한국씨티은행도 2013년 4월부터 입출금식 상품에 한해 종이통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올 6월말 기준 9만5000좌가 앱통장만으로 발행됐다.

그러나 전 상품을 대상으로 앱통장을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종이통장 미발행은 특정 상품이 아닌 전 상품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념"이라고 말했다.

종이통장뿐만 아니라 종이서류도 사라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명동지점 등 10개 점포를 '종이 없는 스마트 브랜치'로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신규 예금과 입ㆍ출금 거래 등 30여종의 서식을 터치스크린 형태의 전자단말기 속에 구현했다.

다만, 일부 시중은행은 보안상 이유로 종이서류와 종이통장에 부정적이다. 종이서류도 디지털화해서 이중, 삼중으로 보관하는데 종이통장이나 서류가 없다면 만에 하나 보안사고가 났을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년간 운영해온 서비스를 확대하는 만큼 기술상ㆍ보안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