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하진리서 후기 구석기 '눈금새김돌' 첫 발견

눈금을 새긴 돌제품(자료=문화재청)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단양 적성면 하진리 남한강가에서 후기 구석기 유물 1만5000여점이 출토됐다. 이 중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돌에 자와 같은 눈금이 새겨진 유물이 발견돼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2011년부터 발굴조사를 시행 중인 충청북도 단양 수중보 건설지역의 '수양개 6지구'에서 후기 구석기 유물을 다량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모두 3개의 후기 구석기 문화층이 발견됐으며, 층마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진 망치돌이 출토됐다. 또 짝이 맞는 몸돌과 격지, 조각들도 발견돼 이곳에서 석기 제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가장 아래층인 3문화층에서는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길이 20.6cm, 너비 8.1cm, 두께 4.2cm)에 0.4cm 간격으로 22개의 눈금을 새긴 돌제품 1점이 출토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유물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어디에서도 확인된 바 없어 후기 구석기 연구에 도움을 줄 획기적인 유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처음 출토된 '눈금 새김 돌제품'을 두고 구석기인들의 수(數)나 단위 등 숫자 개념을 기호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해석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눈금새김돌제품'을 포함해 이번에 출토된 석기류는 몸돌(좀돌날몸돌, 돌날몸돌 포함), 격지(돌날, 좀돌날 포함), 조각, 망치 등 석기 제작 관련 유물이 주를 이루며, 주먹도끼, 찍개, 찌르개, 슴베찌르개, 긁개, 밀개, 홈날, 뚜르개, 새기개 등의 연모를 포함해 모두 1만5000여점에 이른다. 좀돌날은 몸돌에서 떼어낸 격지 가운데 길이와 너비가 2대 1 이상이고, 등 면에 양쪽 가장자리와 나란하게 능선이 남아 있는 것을 돌날이라 한다. 좀돌날은 최대 너비 12mm 이하인 것을 말하며, 주로 결합도구로 활용됐다.

유적의 형성 시기는 중간층인 2문화층의 숯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1만8000년 전후(17,550±80bp, 18,490±80bp)이며, 분포 범위는 현재 조사구역에서 바깥까지 2500㎡에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유적에서는 각 문화층별로 석기 제작기법을 알아볼 수 있는 제작소가 확인돼 시기적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앞서 발굴조사한 수양개 1지구 유적(사적 제398호, 하진리 상류 3.6km 지점에 위치)과 석기의 양상, 제작기법, 석재와 제작 시기 등이 유사해, 상호 간의 관계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17일 오후 2시 출토유물의 검토와 추가 조사 여부 등에 대한 전문가 회의와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