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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갱단' 소탕할 때 한국은 할머니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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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천명 투입한 작전인데 너무 다른 상대방…'밀양·안성' 경찰 과잉대응 줄줄새는 혈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장면 1. 2011년 11월13일 오전 4시 브라질 최대 슬럼가 '호싱야' 지역에서 경찰의 대대적인 진압작전이 벌어졌다. 상대는 마약범죄로 악명 높은 갱단이다.


이들은 군대 무기고 수준의 총기를 지녔기에 경찰도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경찰이 이때 투입한 병력은 무려 3000명이다. 엄청난 병력을 작전에 투입시킨 이유는 인구 7만명의 호싱야, 수십년간 마약조직이 장악한 이곳을 탈환하기 위한 조치였다.

# 장면 2. 2014년 6월11일 오전 7시 대한민국 밀양의 움막에 70~80대 노인들이 누워있다. 움막 철거를 막고자 이들이 선택한 저항수단은 '분뇨' 뿌리기다. 하지만 곧바로 팔과 다리가 들린 채 연행됐다. 할머니들을 끌어내고자 투입된 경찰 병력은 2000명이었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종교계, 시민사회 등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아무런 시도나 노력도 없이 엄청난 국가 폭력으로 밀양 어르신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 장면3. 2014년 6월11일 오전 8시 경기도 안성 기독교복음침례회 본산인 '금수원'에도 대대적인 진압작전이 펼쳐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조력자로 알려진 일명 신 엄마(64·여), 김 엄마(59·여)를 잡겠다고 투입된 검·경 인력은 무려 6000명이었다.


50, 60대 여성 두 명을 잡겠다며 브라질이 마약 갱단 소탕을 위해 투입한 병력 두 배 수준을 투입한 셈이다. 그러나 두 여성은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했고, 진압 작전은 평신도 6명을 연행하는 것으로 끝났다. 일부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동안 금수원 대강당에서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났다. "새벽부터 출동하느라 피곤했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다.


브라질 '갱단' 소탕할 때 한국은 할머니 연행? 지난해 10월 밀양송전탑 반대 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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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밀양과 안성에서 단행한 작전은 유병언 검거 지연에 대한 대통령 질책이 나온 다음날 이뤄졌다. 검·경의 이번 작전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의미의 '우도할계(牛刀割鷄)' 논란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브라질처럼 총기로 무장한 갱단 소탕을 위한 작전도 아니고 힘도 약한 70~80대 노인, 환갑 안팎의 두 엄마를 상대하고자 투입한 병력치고는 엄청난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투입한 경찰 6000명은 인천 경찰공무원 정원(5030명)보다 많고, 경기 경찰공무원 정원(1만8243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밀양에 투입한 경찰 2000명은 대전(2358명), 울산(2021명)의 경찰공무원 전체 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켜 작전을 수행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적정 인원을 초과한 작전인력 비용은 낭비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이 비용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게다가 경찰을 특정 지역에 대규모로 집결시켜 작전을 수행하면 다른 곳의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정부는 군대까지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안전행정부는 13일 전국에서 '임시 반상회'까지 열기로 했다. 70세가 넘은 노인 한명을 붙잡지 못해 국민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밀양 사태를 경찰 병력에 의존하는 것은 사회갈등을 물리력으로 풀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우려된다. 갈등해소센터 이강원 소장은 "갈등관리의 기본원칙은 물리적인 힘에 의한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사태가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신과 상처 등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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