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계열사 지분 과도하게 보유…법적 제한치 넘는 경우도 있어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대기업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해당 계열사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제한된 보유분보다 더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 의결권 확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시스템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업이 설립한 공익 법인 중 지난해 기준 5곳이 해당 계열사 지분을 5%이상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9조는 공익목적의 법인이 계열사의 지분을 5%이상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된 5곳은 영풍그룹이 설립한 경원문화재단을 비롯해 하이트문화재단(하이트진로),롯데장학재단(롯데), 동부문화재단(동부), 정석물류학술재단(한진) 등이다.
경원문화재단은 영풍그룹 계열사 유미개발의 지분 25%를 갖고 있고, 하이트문화재단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주식 7%, 롯데장학재단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의 지분 21%를 들고 있다. 동부문화재단은 동부상호저축은행의 주식 20%를, 정석물류학술재단은 한진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학술, 장학, 문화 관련 공익 추구가 법인 설립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이 재단들이 가진 자산 중 주식이 대부분인 곳도 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자산의 90%가 한진 계열사 주식이다. 하이트문화재단도 자산의 94%를 계열사 주식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재단들이 기업의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한 것이 명백한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 상증세법 49조의 예외조항 때문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성실 공익법인'이면 5%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성실공익법인은 운용소득80% 고유목적사업 사용, 이사현원의 1/5이하 특수관계인 취임, 전용계좌 개설 및 운용, 외부감사, 결산서류 공시 등 5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인정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익법인이 성실공익법인이다. 관대한 단서조항 때문에 5% 주식보유제한 원칙이 사문화되는 셈이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재벌소속 공익법인들이 총수일가의 증여세 면제와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49조의 5%초과 보유주식 매각의무의 단서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관리시스템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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