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국내 주요 이동통신 3사가 오는 13일부터 각각 45일간의 사업정지에 들어간다. 휴대전화 보조금 차별을 중단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업정지 처분이 도리어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해주고 소상공인과 제조사에만 직격탄을 날리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영업정지 기간 동안 단말기 판매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가 출시될 예정인 4월 11일에는 점유율 1·2위인 SK텔레콤과 KT가 가입자 모집을 하지 못한다. 출시 초반에 시장 점유율의 합이 80%에 육박하는 두 개 사업자의 영업정지가 진행되게 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 업계에서는 삼성이 갤럭시S5의 출시일 변경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략 스마트폰 'G프로2'를 내놓고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것이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전략 스마트폰을 발표하고 초기 바람몰이에 나서려던 LG전자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타격이 큰 제조사는 최근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이다. 팬택의 경우에는 내수 사업 비중이 98%에 달해 경쟁사에 비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팬택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비용 위주' 마케팅 양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 사이에서 자금난 등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2300만달러(약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지만 스마트폰의 연구개발(R & D)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 상인들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협회)가 미래부의 영업정지 처분 발표 당일 성명서를 내고 정면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는 이날 "45일 장기 영업정지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방통위가 자인한 법적 근거 없는 '보조금 27만원' 규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피해를 전국 30만 이동통신 생계형 소상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도 말했다.
협회는 방통위 및 관계 당국의 처벌, 관련법안 개정, 대기업 유통업체와 통신사업자에 대한 적극적 대응, 피해보상 협의회 구성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기간동안 매장철시 및 집단적인 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 사태에 대해 가처분신청 및 관련 집단소송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미래부는 7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각각 45일간 사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지 기간은 KT가 오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SK텔레콤 4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다. LG유플러스는 오는 13일부터 4월 4일까지 23일간,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된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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