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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소녀경에도 삶의 지혜는 있다(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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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39)


[千日野話]소녀경에도 삶의 지혜는 있다(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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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로러거디러는 '다리를 걷어라'는 말이고, 다리러더러는 '다리를 들어'라는 말이란 얘기다. 말하자면 다리걸이 자세를 요구하면서 회회아비가 어설픈 고려말로 했던 것을 그대로 베껴 쓴 표현인데, 여인은 이 다리걸기 성희(性戱)를 했다는 사실을 입막음하고 있는 이야기가 된다. 퇴계가 이 분방한 고려여인의 다리걸기를 화제로 삼은 일은, 그날 밤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쌍화점을 다시 풀어서 읽어보자.


'다리를 걷어라' 이 말이 가게 밖으로 새나가면
조그마한 새끼광대 네가 말한 것인줄 알겠다
내 말 들어둬, 다리를 들어 다리를 들어 다리를 걷어라 다리를

참으로 야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우스운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옛글에 저런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통할 정도이다. 이왕 나온 김에 8익과 7손도 훑고 가자. 먼저 남자를 강하게 만드는 8익(益)은 이렇다. 어떤 자세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궁금한 사람은 스스로 더 공부를 확장하는 것이 좋으리라. 첫째는 남자의 정(精)을 튼튼하게 하는 고정(固精)이며, 둘째는 기를 편안하게 하는 안기(安氣)이다. 셋째는 장기가 편해지는 이장(利臟)이고, 넷째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강골(强骨)이다. 다섯째는 맥을 부드럽게 하는 조맥(調脈)이며, 여섯째는 피를 모으는 축혈(畜血)인데 월경 불순에 도움이 된다는 자세이다. 일곱째는 익액(益液)으로 순환계를 좋게 하고, 여덟째는 도체(道體)로 온몸의 뼈를 좋게 하는 포즈이다. 옛사람들은 다양한 자세의 성생활로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신체의 약한 부위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또 여성이 주도권을 잡고 남성의 허약함을 치료한다는 개념인 7손(損)이 있다. 8익은 신체 기능을 보강하는 것인 반면, 7손은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것이다. 첫째, 절기(絶氣). 너무 많이 성생활을 해서 기가 다 빠진 남성의 기를 아껴주는 것이다. 둘째, 일정(溢精). 조루가 심한 경우에 치료하는 방식이다. 셋째, 탈맥(奪脈). 요즘 같으면 비아그라를 써야 하는 대목에서 필요한 자세로 보면 된다. 넷째, 기설(氣泄)은 입술이 바싹 타는 경우를 치유하는 것이다. 다섯째, 기관궐상(機關厥傷)은 만성질환이 있을 때 쓰는 체위요법이다. 여섯째, 백폐(百閉)는 남성이 끝마무리가 잘 안 될 때 쓰는 방법이다. 일곱째, 혈갈(血渴)은 피가 고갈된 경우의 방법이다.


퇴계는 옛 책을 통해 건강법에 대한 많은 상식들을 섭렵해 실천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건강이 썩 좋지 않음을 알았기에 옛사람들의 호흡법이나 음식섭생, 간단한 체조, 치아관리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퇴계는 새벽에 눈을 뜨면 천천히 손발을 움직여 온몸에 기가 돌도록 했다. 얼굴에서 발끝까지 기혈을 점검하고 뼈들의 어긋남을 바로잡았다. 이빨을 딱딱 부딪치는 고치를 행하기도 했다. 고치를 하여 입안에 침이 고이면 여러 차례 나누어 삼켰다. 그런 동작을 한 다음에 천천히 몸을 움직여 기상했다. 자리에 일어나면 정좌를 했다. 가부좌로 앉은 다음, 마음을 편안하게 하되 정신이 흩어지지 않도록 했다. 반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은 뒤에 도인(導引)체조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여러 병고를 겪었으나 다행히 큰 탈이 없었던 것은 이런 부지런한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두향에게 임신을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여자에겐 인온지시(絪縕之時)라는 것이 있다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배란기를 말하지. 몸의 열기를 잘 진찰해보면 언제가 자신의 인온지시인지 알 수 있는데, 이것을 맞춰서 심신을 정갈하게 하고 합방하면 자연히 임신을 할 수 있게 되지."


퇴계가 사랑의 밤에 방중술(房中術)의 교과서를 아낌없이 꺼내놓은 까닭은 뭘까. 성욕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억압되어, 본성과 탐욕의 경계가 헷갈리게 되어 있다. 어떤 것은 본성을 과도하게 억누르고 있고, 어떤 것은 탐욕을 본성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는 그런 금기와 금제(禁制)와 오해가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는 옛사람들이 방종의 결과로 그런 다양한 체위의 지혜들을 발굴해낸 것이 아니라, 생명의 중요한 활동에 관한 미립들을 축적한 것이기에 알아둘 가치가 있으며 삶의 의미 있는 지침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향의 마음에 들어있던 거리낌과 부끄러움을 털어주고 편안하게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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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그날밤 남녀, 체위를 논하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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