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석윤의 라커룸]프로농구 '48분제' 도입, 벌써 늦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0초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시장에 나온 상품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매력이 없다면 바꿔야 한다. 안주하는 기업, 소비자가 좋아할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프로농구, 경기시간을 40분에서 48분으로 늘려야 한다. 아니, 벌써 늦었다. 1997년 프로가 출범할 때 '12분 쿼터제'를 택해야 옳았다. 각 구단에서 프로농구가 '농구경기를 파는 장사'임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프로농구 한 경기를 하는 데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겨울철 경쟁 종목인 배구는 물론 영화 한 편보다 짧은 시간이다. 쿼터 당 2분을 늘리면 경기시간이 두 시간을 조금 넘긴다. 8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금 농구장을 찾는 관중은 농구를 잘 알거나 특정선수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경기시간이 30분이든 50분이든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상업 스포츠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아야 한다.

주말 경기를 보자. 오후 두 시와 네 시에 시작한다. 네 시 경기를 보고 경기장을 나서면 시간이 어정쩡하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르고, 시간 보낼 곳을 찾아야 한다. 이러려면 차라리 놀이공원에 가는 게 낫다. 두 시 경기는 얘기할 필요도 없다.


8분은 국내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다. 지금 2군을 운영하는 구단은 SKㆍKTㆍKCC 세 곳 뿐이다. 경기시간 연장은 엔트리 확대를 수반한다. 2군 리그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선수와 코치의 취업 기회도 는다.


감독들의 반대는 프로답지 못하다. 그들은 경기력이 저하되고, 부상선수가 속출할 것이라고 한다. 경기시간이 늘어도 경기력을 유지하고 부상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기용시간을 안배하는 일이 그들의 '밥벌이' 아닌가?


감독과 코치,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구단(즉 모기업)의 철학과 정책을 수용하고 실현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계약기간을 불문하고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감독들이 앞장서 반대한다. 코트 밖에 48분 경기를 기꺼이 해낼 미취업 감독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12분 쿼터제는 팬들을 위한 결정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 프로농구 상품가치 제고를 위한 비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하도 반대하니 한국농구연맹(KBL)도 한 발 물러섰다. 다음 시즌 전까지 연구팀(TF)을 구성해 더 의논한다고 한다. 지켜보겠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