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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신유빈, 한국 탁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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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신유빈, 한국 탁구의 미래다 신유빈[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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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탁구계에선 9살 ‘샛별’ 신유빈(군포 화산초)이 단연 화제다. 지난 26일 부산 강서체육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제67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 개인 단식 1회전에서 한승아(용인대)를 4대 0(14-12 11-6 11-7 11-5)으로 제쳤다. 2회전에서 이모뻘 임소라(포스코에너지)에게 0대 4(6-11 8-11 2-11 2-11)로 져 탈락했으나 국내 최고 권위 대회에서 펼친 초등학생의 선전에 많은 이들은 박수를 보냈다.

탁구 팬이라면 이 대목에서 한 선수를 떠올릴 터이다. 약 20년 전 일본에서 신유빈 이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이짱’ 후쿠하라 아이다. 1988년 11월 1일 태어나 만 4살이 되기 전인 1992년 8월 처음으로 라켓을 손에 쥐었다.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4살 10개월 때 출전한 1993년 전일본탁구선수권권대회였다. 밤비부(새끼 사슴부, 초등학교 2학년 이하) 16강에 올랐고,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이 부문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 각종 대회에서 최연소 기록을 달성한 후쿠하라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0년 일본오픈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해 단식 64강, 복식 32강의 성적을 올렸다.

어린 시절 천재로 불리다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례는 스포츠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후쿠하라는 달랐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며 성장했고, 23살이 된 2012년 런던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탁구는 1950~60년대 남녀 모두 세계 최강이었다. 중국보다 더 많은 세계선수권자를 배출했다. 특히 여자는 이 시기에 마쓰자키 기미요(1959년 도르트문트 대회·1963년 프라하 대회) 등 6명의 세계선수권자를 낳았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중국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남자는 1979년 평양 대회에서 오노 세이지, 여자는 1969년 뮌헨 대회에서 고와다 도시코가 각각 우승을 차지한 뒤 단식 챔피언 리스트에서 종적을 감췄다.

일본 탁구계에 더 큰 충격을 안긴 건 올림픽 성적이다.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 사이 한국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2개를 얻어 중국(금 20 은 13 동 8)에 이어 2위에 달렸다.


내리막을 그리던 일본 탁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자 단체전 은메달이다. 후쿠하라는 그 주역이었다. 이시가와 가쓰미, 히라노 사야카와 함께 16강이 겨룬 1회전에서 미국, 8강전에서 독일, 4강전에서 싱가포르를 연파했다. 결승에선 중국에 0대 3으로 졌다. 싱가포르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을 3대 0으로 이겼으니 요즘 일본 여자 탁구의 수준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전 8강전에서 당시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1위 딩닝(중국)에 0대 4로 패한 후쿠하라는 단체전 은메달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신유빈, 한국 탁구의 미래다 신유빈[사진=대한탁구협회 제공]


2012년 12월 ITTF 랭킹 6위까지 올랐던 후쿠하라는 12월 현재 9위를 달린다. 1위 류시웬부터 8위 구오얀까지 7명의 중국 선수가 포진한 가운데 4위 펑티안웨이의 국적은 싱가포르다. 사실 그 역시 중국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1살 때인 2007년 3월 싱가포르로 이주해 2008년 1월 국적을 취득했다. 일본은 런던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의 또 다른 주역 이시가와가 10위에 올라 있어 1950~60년대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탁구 강호의 면모를 어느 정도 되찾았다. 후쿠하라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결과는 아니지만 일본 여자 탁구가 되살아나는 데 ‘마중물’ 구실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12월 현재 한국의 ITTF 여자부 랭킹을 보자.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서효원(12위), 김경아(17위), 석하정(21위), 양하은(24위), 전지희(25위), 당예서(35위) 등 12명이다. 이 가운데 석하정, 전지희, 당예서는 중국 출신 귀화 선수다. 유럽 선수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스페인의 선얀페이(13위), 네덜란드의 리지아오(16위), 독일의 한잉(19위), 오스트리아의 류지아(32위), 스웨덴의 리펀(33위) 등도 모두 중국 출신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대 축구 선수 수출국이긴 하지만 중국 탁구처럼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세계적인 흐름이 이러하니 한국도 어쩔 수 없다? 과연 그럴까. 10여년 전인 2001년 2월 ITTF 여자부 랭킹을 보자. 1위 왕난 등 중국 선수들이 4명이나 10위권 내에 포진한 가운데 류지혜가 8위에 자리했다. 김무교와 이은실도 각각 18위와 24위를 달렸다. 류지혜-김무교 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복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1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선 류지혜, 김무교, 이은실이 나서 중국과 북한에 이어 3위를 했다. 귀화 선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국 선수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린아이들에게 탁구 라켓을 주면 펜홀더그립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유빈이는 셰이크핸드그립이다. 어느 그립이 낫다고 할 수 없으나 전진속공형 선수에게는 펜홀더그립이, 드라이브 전형 선수에게는 셰이크핸드그립이 유리한 면이 있다. 셰이크핸드그립은 백핸드를 구사할 때 편리한 점도 있다. 유빈이의 5살 때 훈련 영상을 보면 백핸드를 벌써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유빈아, 무럭무럭 자라라.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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