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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프니까 청춘'시대..떨거지들의 초상 '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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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바라보는 '잉여세대'...영화 '잉투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2013 '아프니까 청춘'시대..떨거지들의 초상 '잉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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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잉여'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 쓰고 난 나머지'다. 칼 마르크스는 이 잉여가치를 최대한 창출하는 것을 자본의 속성이라고 여겼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잉여'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최태섭 문화비평가가 쓴 '잉여사회'에서는 '잉여'를 "앞으로 현대 자본주의가 존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낼 '거대하나 무기력한 타자'"라고 정의했으며, 어느 순간부터 나이가 찼으나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20대들이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대중문화 곳곳에서도 비주류로 취급받던 잉여세대를 품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잉투기'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잉여세대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잉투기'는 '잉여들의 격투기'라는 뜻을 가진 동시에 '우리는 싸우고 있다'는 뜻에서 영어 'ing(~하는 중)'에 '투기'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실제로 2011년 인터넷 디시인사인드의 격투갤러리에서 시작된 격투대회의 이름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의 '잉여'는 인터넷 사이트를 떠도는 수많은 청춘들을 통칭하며, 주인공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기보다는 '키보드 워리어', '인터넷커뮤니티' 등 인터넷 문화에 더 익숙하다.


우선 주인공 '태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는 할 일 없는 백수다. 어느 날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보이는 '젖존슨'에게 속아 이른바 '현피(게임에서 발생한 다툼이 현실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를 당하는데, 이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치욕감과 분노에 떨던 태식은 종합격투기를 배우면서 복수를 꿈꾼다. 태식 옆에는 현실의 욕구 불만을 인터넷 먹방(먹는 방송) BJ로 해소하는 여고생 '영자'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희준'이 있다.

2013 '아프니까 청춘'시대..떨거지들의 초상 '잉여' 영화 '잉투기'의 한 장면


영화는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재구성해 부유하는 청춘의 공기를 절묘하게 담아낸다. 섣불리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엄태화 감독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은 '잉여인간'이라 불리는 인터넷 속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와 절묘하게 닮아 있다"고 말한다.


다큐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분위기는 보다 발랄하다. 다니던 학교를 동시에 자퇴하고 단돈 80만원과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무작정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네 청년의 무모한 여행기가 큰 줄거리다. 학업을 위해 죽도록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비싼 등록금의 반도 못 채운 이들은 현실에 절망하기보다는 아예 학교를 관두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길을 택한다. 무일푼으로 유럽에 간 이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걸어서(혹은 히치하이킹으로) 가면서도 내내 낄낄댄다. 기적은 그 다음부터다. 로마에서 호스텔 홍보동영상을 찍어주고, 숙박을 해결하려 하던 이들은 뜻밖으로 홍보영상이 대히트를 치면서 유럽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2013 '아프니까 청춘'시대..떨거지들의 초상 '잉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중에서


영화의 방점은 이들의 '잉여짓'에 있다. '잉여짓'은 쓸데없는 행위, 즉 비생산적인 활동을 말하는데,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해봤자 돈 한 푼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 게을러서 매번 일을 미루고, 가만히 누워 있기를 좋아하고, 남는 시간에는 게임을 하고, 행동은 하지 않고 생각만 많으며, 남들처럼 스펙 경쟁에도 뛰어들지 않은 이들은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도취되면서도 이내 다시 예전의 잉여생활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네 청년을 다잡아 준 것은 은퇴를 앞둔 영국 록밴드 '아르코'다. 아르코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따내고서도 마지막에 편집을 포기하려 하는 이들에게 아르코 멤버들은 말한다. "어차피 은퇴한 우리는 이제 오래된 선술집에 앉아 맥주나 마시며 스포츠 채널이나 돌리며 볼 나이다. 너희는 스스로를 잉여(Surplus)라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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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중문화에서는 이들에 대해 자조적인 시각을 보내는 대신 이들의 잉여를 새로운 창조활동으로 보듬거나 하나의 놀이문화로 표현한다. 현재 모바일 마켓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 '잉여도감' 역시 자신을 잉여라고 여기는 한 대학생이 '잉여로운' 소소한 일상을 담아 표현해내고 있다. 격월지로 나오고 있는 잡지 '월간 잉여'는 '500만원으로 결혼하는 법', '신림의 고시잉여', '대학교지는 잉여인가' 등 매회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잉여들의 현실을 말한다. 이 잡지는 원래 무가지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1부당 4800원을 받으며, 1000부가량 팔린다.


하지만 처음에 20대 청춘을 '잉여세대'라고 부른 데에는 높은 실업률, 취업난, 고액의 등록금 등 사회적 환경 탓이 컸다. '잉여'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체념적 정서는 현재 젊은 층들이 당면한 현실을 대변한다. 지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에서도 20~30대 미혼 남녀 4명 중 1명은 취업 등에서 겪는 좌절감으로 스스로를 '잉여세대'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논객 한윤형이 쓴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는 "현재의 청년 세대는 부모님 세대가 그들보다 훨씬 고생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엄청난 요행이 생기지 않는 한 자신의 평생 기대소득이 부모에게 미칠 수 없음을 안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잉여라 말하는데 세상은 우리를 청춘이라 부른다"고 지적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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