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는 중학생 도안 윈 트랑(14)은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트랑이 카카오톡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 '빅뱅'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하노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윈 퉁 람(16)은 일본의 채팅 애플리케이션 '라인'의 팬이다. 람은 특히 곰인형이나 토끼를 연상케 하는 라인의 작고 귀어운 아이콘이 마음에 든다.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들의 성장속도가 무섭다. 특히 스마트폰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에서의 선전이 눈부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카카오톡, 중국 위챗, 일본의 라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채팅 애플리케이션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억명 인구를 가진 동남아시아에서 스마트폰 산업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확대와 중저가 스마트폰 증가 등으로 동남아 지역에서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동안 동남아시아인들이 구매한 스마트폰은 4400만개로 전년대비 60%나 증가했다.
아시아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에게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 확대는 호재다. 특히 아시아의 모바일 메신저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한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2010년 출시 후 카카오톡의 글로벌 회원수는 벌써 1억명을 넘어섰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한류(韓流) 열풍'과 함께 카카오톡에 대한 인기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모바일 채팅 앱인 라인이 카카오톡의 성장세를 앞질렀다. 라인은 귀여운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동남아시아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라인은 출시 2년만에 2억명의 회원수를 돌파했다. 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5년에 걸쳐 달성한 기록이다.
중화권에서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틴센트가 밀고 있는 위챗이 인기다. 2011년 1월 첫 선을 보인 위챗은 올 1월 벌써 3억명의 회원수를 돌파했다. 중국어·영어·한국어·등 18개 언어를 지원하면서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말레이시아에선 벌써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50%가 위챗을 쓸 정도로 점유율을 늘렸다.
아시아 채팅 메신저들은 지역별로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무료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해 광고과 게임, 블로그 등 다양한 분야로 영량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과 일원화된 글로벌 채널을 고집하는 구글·페이스북 등과 다른 것이다.
베트남 최대 인터넷업체 VNG의 레 홍 민 회장은 "시장을 주도하던 서구 인터넷 회사들은 초기의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틈새를 급증하는 인터넷 인구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 기업들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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