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오찬 주재…현안 깨알 설명하며 "잘 되고 있다", "인사 잡음도 없지 않나"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언론사 간부들과 세 번 점심을 함께 했다. 첫 번째는 4월 24일 편집ㆍ보도국장과 했는데 북한 위기가 거셌고 경제민주화ㆍ창조경제 개념 논란이 현안이었다.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주로 언론이 공격하고 대통령은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그 다음 5월 15일 정치부장 점심은 '윤창중 사태'의 정점에서 이루어져 그런 분위기가 더 했다.
10일 있은 논설실장 오찬에선 공수교대가 이루어졌다. 박 대통령은 국정이 제 궤도에 진입했다는 자신감에 충만했고, 그만큼 말도 길어지고 많아졌다. 앞선 두 번의 점심에 비해 참석자가 절반 가량(26명)에 불과했음에도 발언 양은 오히려 더 많았다. 외교문제에서는 언론의 실수를 지적하며 "사려 깊게 보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학연ㆍ지연 人事…지금은 없잖아요"
박 대통령은 '오기ㆍ불통ㆍ수첩'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자신의 인사스타일 평가를 강하게 부정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을 제외하면 "이젠 잡음도 없지 않냐"는 자신감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를 할 때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하는 게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학교, 지역, 친한 그룹, 거기에서만 한다. 그런 것은 지금 없지 않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여전히 빈자리가…"라며 지나치게 신중한 것도 문제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조만간 될 거에요"라며 웃음으로 받아치는 여유도 보였다.
박 대통령이 가장 큰 성과로 자평한 것은 중국ㆍ북한 등을 둘러싼 외교문제였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이 우리의 '북핵불용' 의지와 엇나간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중국이 생각하고 배려해서 표현이 그렇게 된 것이고 실제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는 '절대 핵은 안 된다'는 생각이 단호했다"고 전했다. 중국ㆍ북한 문제에 대한 유사한 질문이 반복되자 "그건(중국의 비핵화 의지) 분명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부는 아주 지지하는 표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대북 관계의 자신감은 북한을 향해 "말조심 하라"는 강한 표현으로 이어졌다. "존엄은 그 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존엄은 있는 거예요."
◆"하루아침에 다 되면 경제 안 되는 나라 어디 있겠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 발언에선 "위기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주를 이뤘다면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을)체감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이 추가됐다. 박 대통령은 "현 경제팀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내놓은 정책들을 다시 국민 눈으로 그 가치가 체감이 되도록 점검하자고 (경제팀에)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규제완화ㆍ경제민주화)법도 앵간히 통과됐고 인프라도 깔았으니 기초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해외순방 후 악재' 징크스를 염두에 둔 발언도 있었다. 미국 순방 후 윤창중 사건이 생기자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는 말로 힘겹게 방어했던 박 대통령은, 성공적인 중국 순방 후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에서의 중국인 학생 사망건을 두고 "(중국이)한국 국민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게 다 사라질 판이 돼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란 한 종편 진행자의 실언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속에서 부끄럽지 않고 같이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려 깊게 마음을 써주시고 그런 방향으로 언론도 보도해달라"는 뼈 있는 당부로 오찬을 마무리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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