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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수학여행' 기억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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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소년 서울구경, 30년 후원한 착한은행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전교생이 10명 남짓한 서해안 한 외딴 섬으로 부임한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서울로 수학여행을 계획한다. 그림책으로만 자동차와 기차를 보았던 아이들은 실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렌다. 갯지렁이를 잡아 판 돈으로 여비를 마련해 아이들은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고 남산, 창경궁, 남대문, 방송국 등을 보며 탄성을 그칠 줄 모른다. 1969년 제작된 영화 '수학여행'의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지 않았던 당시에는 낙도 어린이의 서울구경은 일부 독지가의 후원에 의존해야 했다. 체계적으로 낙도를 포함한 도서벽지 어린이들의 서울방문 지원이 이뤄진 것은 서울시 새마을회의 주관으로 은행들이 후원에 나서기 시작한 1983년부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의 후원으로 진행된 도서벽지 어린이들의 서울방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섬 어린이들의 서울 방문 지원은 올해로 3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진, 은행의 가장 오래된 사회공헌 활동이다. 국민은행은 1983년, 우리은행은 1984년, 신한은행은 1985년부터 이 지원 사업을 시작해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30년간 조흥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등의 이름은 사라졌고 일부 은행은 통폐합됐지만 매년 이맘때 진행되는 이 행사만큼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0년 동안 진행된 만큼 방문 프로그램에도 변천을 겪어 왔다. 각 은행과 경복궁, 청와대 견학 등은 빠지지 않는 코스다. 하지만 국립묘지, 국회의사당 방문 등은 최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신 뮤지컬 등 공연을 관람하거나 테마파크를 찾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충남 당진시 고산초등학교와 태안군 안흥초등학교의 학생 38명을 초청해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을 비롯해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평화전망대, 어린이 직업 체험형 테마파크 키자니아 등을 둘러봤고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청와대를 견학했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섬 마을인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금일초등학교 학생 35명을 초청했고, 별도로 화폐에 대한 강의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KB국민은행 역시 강원도 정선군 봉양초등학교 학생 41명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했다.


30년 전엔 큰 자랑거리였을 '서울구경'의 의미는 퇴색했지만 각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가장 오래된 사회공헌활동의 맥을 끊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지금이야 다문화가정 후원, 장애인 재활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있지만 낙도 어린이들의 서울 방문만큼 상징성이 있는 것도 드물다. 도서벽지의 어린이들의 사회ㆍ문화적 혜택은 현재도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다.


은행권 관계자는 "도서벽지 어린이들의 초청행사는 지역ㆍ사회ㆍ계층 간의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소외계층 아동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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