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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보험시장, 유럽을 가다]<上>스위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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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지수화, 위험 가능성만으로도 보상

세계 2위 재보험사, '실손보상의 원칙' 깬 파생상품으로 사업영역 넓혀
미래 변동지수 개발 리스크 관리, 성장 발판 마련


[선진 보험시장, 유럽을 가다]<上>스위스리 스튜어트 브라운 스위스리 날씨파생상품 총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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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통적인 보험 영역으로는 고객이 처한 위험요소를 모두 대비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스위스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왔습니다. 스위스리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재보험사 스위스리 본사. 유럽 전통의 고풍스런 건축양식으로 꾸며져 있는 5층 규모의 건물은 '세계 2위의 재보험사 치곤 아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기존 보험의 틀을 깨기 위한 '만만치 않은' 연구가 한창이다.


1863년 설립된 스위스리는 독일 뮌헨리와 함께 전세계 재보험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다. 전세계 20여 개국 48개 사무소를 갖고 있는 글로벌기업으로 지난해 무려 42억1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60% 급증한 실적이다.

지난 6일 취리히 본사에서 만난 루카스 미어만 홍보 총책임자는 "재보험 뿐 아니라 위험을 전가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손해가 발생해야 보상이 이뤄지는 전통적인 보험 뿐 아니라 손해 발생 가능성까지 헤지하는 식의 발상의 전환이 연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리는 재보험사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재보험은 여러 리스크 관리 기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재보험을 제외한 리스크 관리 부문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억9600만 달러에 달했다. 아직은 재보험이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신성장동력이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스위스리의 변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날씨파생상품 개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이 회사는 1999년부터 날씨파생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전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튜어트 브라운 날씨 및 에너지보험 본부장은 "아직은 전체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식음료, 에너지처럼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위스리가 구상하는 날씨파생상품은 고객과의 계약 내용에 따라 일정 요건이 되면 손해 유무와 관계없이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날씨보험과 다르다. 손해에만 보상한다는 '실손보상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선진 보험시장, 유럽을 가다]<上>스위스리 스위스리 본사 전경

이는 위험도를 지수화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스위스리는 HDD(Heating Degree Day)라는 기온관련 지수를 개발했는데, 온도가 오르면 HDD지수는 낮아지는 식으로 작동한다. 계절에 따라 매출 편차가 심한 맥주 생산업자라면 스위스리와 계약을 통해 HDD가 일정 수치를 넘어설 경우 보상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실제 손해 발생 여부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보험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브라운 본부장은 "관점의 차이"라면서 "스위스 정부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리는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브라운 본부장은 "미래 변동 지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몇 년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리는 각국 실정에 맞는 보험 개발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2010년 베트남에서는 국영농업은행과 손잡고 농작물재해보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지수형 보험 형태를 고려한 바 있다.


브라운 본부장은 "각 나라별로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실정에 맞는 사업모델을 분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취리히(스위스)=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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