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 새 채무조정제 알려주지 않고 상담 논란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김연자(65,가명)씨는 지난달 25일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채무조정을 받았다. 퇴직 후 빵집을 여는 과정에서 7000만원의 빚을 졌는데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채무는 신복위 심사를 거쳐 상각채권 5000만원과 연체채권 2000만원으로 분류됐다. 김씨는 이 가운데 상각채권 5000만원에 대해서만 최대 30%의 채무를 줄였다. 하지만 김씨가 한달 만 기다렸다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상각채권에 대해선 50%의 감면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 감면 받을 수 없었던 연체채권도 최대 30% 줄일 수 있다. 김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난 뒤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면 좀 더 기다렸을 것"이라고 허탈감을 보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연체자의 빚을 최고 1억원까지 깍아주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가운데 기존 채무재조정제도와의 형평성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채무재조정 대상자의 특혜논란에 이어 정보의 형평성에 따른 불이익 사례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신복위와 캠코는 채무조정을 위해 기관을 찾은 채무자가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별다른 고지를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을 안내받지 못한 채 채무를 조정받은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캠코의 바꿔드림론은 25일부터 국민행복기금 출범을 하루 앞둔 28일까지 4일간 220~290건의 평일 수준의 실적을 보였다. 신복위 또한 25일부터 28일까지 하루 평균 400여건의 접수를 받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의 채무조정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캠코와 신복위는 국민행복기금과 기존 제도의 차이점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채 평소와 같이 기존 제도로 채무자에게 채무 상담을 하고 있다. 신복위 관계자는 "기존의 채무조정제도와 국민행복기금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의무는 상담 조사역에게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해 따로 설명하라는 내부 지시는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
캠코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미리 채무 조정을 받았던 채무자들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전에 신청한 분들에 대해 국민행복기금과 같은 채무 감면율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채무조정을 돕는 단체인 에듀머니 관계자는 "채무를 많이 감면받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채무 조정을 신청할만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계층은 정보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최소한의 안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상각채권 : 연체채권 중 연체기간이 과도해 금융기관이 손실처리하기 시작한 장기연체채권.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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