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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카드 탈출.. 판 바꿔 '작게 먹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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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빠른 자가 살아남는다

카드사, 위기를 기회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예전에는 신용카드를 꺼내면 '돈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현금 쓰는 사람이 부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부터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도 줄어드는데, 신용카드는 줄이고 차라리 체크카드를 쓰려고요."


한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신용카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는 '부(富)의 상징' 이었다. 지갑에서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한 장만 꺼내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요즘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지갑에 4~5장의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고객들은 혜택만을 빼먹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카드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신용카드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부가서비스와 혜택 때문에 카드로 결제한다"고 답했다.


부가 서비스 때문에 쓰는 카드라면, 뒤집어서 말하면 할인 혜택이 없는 카드를 쓰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고객만 붙잡는다면 카드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카드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신용결제 부분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긁어도, 카드사에게는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고객이 1만원을 슈퍼에서 신용카드로 긁으면, 카드사는 가맹점인 슈퍼로부터 1.8% 수준의 수수료인 180원 가량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카드 결제와 승인을 대행해주는 업체에 결제건당 200~300원가량을 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2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사실상 신용결제로는 마이너스 수익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신용판매에서 난 손실을 카드대출로 메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이를 늘리기도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


결국 카드사 수익의 양대 산맥이었던 '신용판매'와 '카드대출'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카드업계가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는 배경이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그리고 강한자는 다름아닌 빠른 자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자만이 생존 가능하다. 이같은 생존의 법칙은 카드시장에서도 통용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고객이 6만5000원 이하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우리는 적자"라며 "오히려 시장점유율은 떨어뜨리고, 카드업 자체를 바꿔야만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부터 한 사람이 하나의 카드만 쓰도록 하는 '원(One) 카드' 전략을 고수해오고 있다. 불필요한 카드 발급비용을 줄이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붙잡겠다는 의미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한 카드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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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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