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북한이 주변국의 만류에도 12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2006년, 2009년에 이은 3차 핵실험이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 강행은 표면적으로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이어진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반발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제재안을 대폭 강화한 추가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곧바로 "핵 억제력을 포함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물리적 조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핵실험을 공언하면서 한미를 비롯해 중국까지 공개적으로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핵실험 저지를 위한 대북특사를 보내려다 북한이 거부했다는 설이 도는 등 북중간에도 불협화음이 감지됐다.
앞서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당 제1비서가 "국가적 중대조치를 결심했다",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등 핵실험을 공공연히 암시하며 강행의지를 내비쳐 왔다. 북한은 4일 노동신문에서도 "'제재소동'은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더욱 강력한 자위적 조치로 그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결심을 굳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이지만 속내는 핵무기 개발을 완성,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지난 1일 내부회의에서 "(3차 핵실험은) 핵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우리 국민이나 국제사회가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1ㆍ2차 핵실험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중간과정이었다면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실제 핵무기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실제적인 위협이 커진 만큼 앞선 두체례 핵실험 때보다 더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 장관은 "북핵의 만성증후군이라 할 수 있는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를 성공했기에 핵실험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핵무기 운송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한 만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속셈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온 후 6자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은 있다"고 밝혔다. 협상 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강패를 들고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부 체제결속을 위한 측면도 있다. 김정은 체제 집권 2년째를 맞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를 포함해 일선 주민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집권 후에도 경제개선 실적이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민심이반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장거리 로켓개발에 연이은 핵실험으로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 '강대국과 대등히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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