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라 ]
‘효령법인 물건 안사면 영락공원 이용 못해’…유족·업체 불만 증폭
광주시 2011년1월부터 ‘외부물품 반입제한’ 조례 시행…전국 유일
“조합 요청으로 조례 개정?”…특혜조항 삽입 배경 놓고 의혹 가중
“아버님께서 생전에 당신이 돌아가시면 쓰라고 유골함을 사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영락공원에 안치하려고 하니까 그 유골함을 못 쓰게 하는 겁니다. 자기들이 파는 걸 사야만 그 유골함을 쓸 수 있다고, 하는 수 없이 제일 싼 유골함을 구입해 검사를 맡은 후에야 아버님을 안치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산 유골함이요? 필요가 없으니 당시 장례를 도왔던 상조 직원분께 드렸죠. 이게 말이나 됩니까? 횡포도 너무 심한 횡포입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부친을 광주 영락공원에 모신 40대 남성의 하소연이다.
이 남성은 ‘영락공원에 안치를 하기 위해서는 효령영농조합법인에서 제공하는 봉안함과 명패를 사용해야 한다’는 영락공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고급 유골함이 있으면서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10만원대 유골함을 또 구입했다.
이러한 억울한 사연 뒤에는 광주시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조례가 있다.
이는 바로 광주광역시 장사 등에 관한 조례 제12조 3항이다.
이 조례는 영락공원의 부대시설 중 효령영농조합법인이 판매·관리하는 것 외에, 외부 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1월1일부터 시행된 이 조례로 인해 지역 상조업체·장례식장은 물론, 강매와 다름없는 행태에 이중지출을 해야 하는 유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그 어느 지역을 다녀도 광주처럼 외부 물품 반입을 제한하는 곳은 없다”면서 “주민 몇몇을 위해 지역 업체 및 광주시민 모두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광주시 사회복지과에서 2010년 말 발의한 이 조례는 당시 만장일치로 시의회에서 통과돼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조례 개정 배경에 대해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보자 A씨는 “(내가) 추모관 물품 구입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법인 대표인 이모씨에게 ‘광주시에 이를 문제삼아 실력행사를 하라’고 제안했다”면서 “이씨가 광주도시공사에 ‘트랙터로 막고 시위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시와 도시공사가 부랴부랴 타지역 환경을 조사해 특혜조항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당시 물품 구매는 조달청에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한점 의혹도 없었으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광주시에서 감사를 실시했을 것”이라면서 “시가 주민 협박에 못 이겨 조례를 만들었다는 A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조합원 B씨는 “광주도시공사 관계자 김모씨가 효령영농조합법인에자신과 연관된 업체의 유골함을 납품하게 되자 판매 수익을 높이려고 묘안을 낸 게 바로 ‘외부 물품 제한 조례’”라면서 “김씨는 ‘조합의 수익이 빈약하니 이익 증대의 일환으로 외부 물품 반입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자’며 효령영농조합법인을 종용해 광주시에 조례 개정을 건의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효령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당시 수익이 너무 적다는 조합원들의 불평에 외부 물품 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 것을 시에 건의한 것은 사실이나 도시공사 관계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조례 개정을 추진한 광주시 관계자 역시 “효령영농조합법인이 ‘지원이 열악하다’며 외부 물품 반입 제한을 요청했다”면서 “영락공원을 자발적으로 유치한 주민들에 대한 보답으로 생긴 조례라는 원래의 취지를 살려 개정하게 됐으며 다른 배경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업체 관계자인 C씨가 “이 조례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C씨에게 “조례에 ‘외부 물품 반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지 강제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다”고 답변, 스스로도 이 조례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 광주시민은 “효령영농조합법인이 자발적으로 공원묘지를 유치했다는 명분 아래 너무나도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연로한 조합원들이 사망하는 등 숫자가 해마다 줄어가는 상황에서 기약도 없이 계속해서 특혜를 주는 것은 오히려 광주시민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효령영농조합법인이란?
광주시가 혐오·기피시설인 화장장(영락공원)을 건립할 당시 대부분의 후보지역 주민들은 유치를 반대했다. 이때 광주 북구 효령동 일대 주민들은 전국 최초로 자발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광주시는 보답하는 의미로 주민들에게 ▲매점 및 식당의 관리·운영 ▲봉안당에 필요한 유골함, 명패의 공급 판매 등 ▲자연장에 필요한 개인식별용 명패 및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소재의 용기·마사토의 공급 판매 등 일체의 사업권을 줬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2000년 효령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현재 법인에는 신촌·종방·우복·하동 마을 등 북구 효령동 4개 마을주민 87세대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김보라 기자 bora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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