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총리후보 낙마..흠집없다 믿었던 그도 무너져
朴 밀봉인사가 부른 사고..인사청문회 통과가 최우선 과제
안대희·김능환·조무제 등 청렴 법조인 물색중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총리 후보자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조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동시에 김 총리후보자를 대신할 새로운 총리 후보 인선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자는 24일 국무총리 후보 지명 이후 닷새 동안 두 아들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두 아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대 면제를 받았다는 점과 김 위원장 아들 명의로 된 서초동 땅의 증여세 문제가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핵심이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면에서 결함이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동시에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밀봉인사, 불통인사로 혹평 받았던 박 당선인의 인사 시스템이 도덕성 검증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사전에 언론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최측근 일부하고만 인사 문제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여론의 사전 검증을 받을 수 없고, 이 때문에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새로운 총리 후보의 첫 번째 기준은 '도덕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흠결 없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도 김 위원장과 같이 도덕적인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된다면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이 출범도 하기 전부터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능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또 김 인수위원장 인선에 앞서 거론됐던 대통합형 인사로 한광옥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도 하마평이 나온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박 당선인과 함께 손을 맞췄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의 과거 인사스타일을 보면 한번 신뢰한 사람들에게는 끝까지 중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안 전 대법관도 유력한 후보라는 평이다. 안 전 대법관은 또 2006년 6월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도 경험했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이 공개했던 재산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아파트와 예금 등 2억7300여만원으로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또 김능환 전 대법관과 조무제 전 대법관도 훌륭한 법조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청렴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두 인물 모두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총리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렴한 법조인'중에서는 단연 손꼽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에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능환 전 선관위원장은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쳤던 인물로 도덕성이나 재산 문제 등에서 과오를 찾기 힘들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98∼2004년 6년 동안 대법관을 지냈던 조무제 전 대법관은 1993년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6400만원을 신고해 고위 법관 중 꼴찌를 기록하면서 '청빈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청렴함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법조인 후보군을 제외하면 대통합을 실현시킬 후보군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광옥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전북 전주), 정갑영 연세대 총장(전북 김제), 김승규 전 국정원장(전남 광양) 등이다.
새로운 총리 후보로 누가 결정될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한다. 늦어도 다음달 5일까지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총리후보자의 제청을 받아 장관을 인선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총리 인선을 더 빨리 진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장관 인선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등 주요 인선에 대해 대략적인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을 재차 진행해야한다는 점에서 현재 박 당선인 머릿속의 '조각 퍼즐'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크다. 인사청문회를 감안하면 6일 남짓한 시간안에 총리부터 17개 부처 장관 인선까지 모두 마무리 지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촉박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간의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정리하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면 인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사청문회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이 제1야당의 대표격인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여당인 새누리당과는 식사를 함께하는 등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당선이후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야당과는 만남을 갖지 않고 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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