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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종교인 과세, 흐지부지하지 말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8초

종교인 과세를 내세웠던 정부의 태도가 애매해졌다. 꼬리를 내리고 흐지부지하려는 모양새다. 엊그제 청와대 관계자가 종교인 과세를 '백지화'하겠다는 미확정 방침을 흘리더니, 어제는 기획재정부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쪽은 '기획재정부에서 과세방법 결정 등 준비가 덜 됐다', 기획재정부 쪽은 '청와대에서 싫어한다'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기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핑퐁치듯 떠넘기는 것을 두고 항간에 뒷말이 무성하다. 종교계 일각의 압력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며칠 내로 예정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으면 종교인 과세는 이번 정부에서 유야무야돼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2006년 국세청이 당시의 재정경제부에 '성직자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가'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 특히 지난해 3월 박재완 장관이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시점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는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5%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는 자체 결의에 따라 성직자들이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고, 기독교 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들과 불교계도 종교인 과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종교계가 과세를 반대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종교인 과세는 지난 몇 년간에 걸쳐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사회적 합의를 다져온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간의 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는 종교계 수입ㆍ지출의 특성을 고려하되 일반적인 조세원칙에 부합하는 종교인 과세의 기준과 방법을 정하여 법제화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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