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 광화문 광장의 두 갈래 민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6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19일 밤 광장은 열광과 절망이 극명하게 교차했다. 광화문ㆍ서울시청 광장에서, 무엇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읽힌 민심의 풍경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7대보다 12.8%포인트나 높은 75.8%라는 투표율은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를 넘어 절박함이라고 할 만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승자는 예상보다 빨리 결정됐다. 방송3사는 밤 9시께 전국 개표가 30%정도 된 시점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자축하며 축배를 들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너무 이른 보도 아닌가. 아직 개표가 많이 남아 있는데"라고 의문을 던졌다.


참으로 필사적인 전쟁 같은 선거였다. 이날 밤 9시 50분께는 한 대학 휴학생이 "역사 퇴행이자 우리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피켓에 적어 시위를 벌여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0~30대와 50대 이상의 연령별 표심, 지역별 표차는 너무 확연했다. 선거 하나로 한국은 두개의 나라로 갈리었다. 세대갈등과 지역격차, 이른바 '보혁갈등' 등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가 풀지 못하고 있는 갈등과 대립은 이날 그 어느 순간보다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19일 밤의 광화문 광장은 그 '결정체'였다. 다만 그 결정체는 수정과 같은 맑고 영롱함 대신 격한 공방, 환희와 울분으로 이뤄진, 지극히 탁하고 메마른 것이었다.


새 대통령 당선인의 출발점과 끝은 바로 이 광화문 광장이 돼야 할 것이다. 모세의 지팡이에 의해 갈라진 홍해처럼 양편으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그는 시작해야 한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아니 절대로 지지할 수 없었던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사상 최악의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명박 정권의 퇴행을 이어가지 않는 길이다. 그 같은 포용과 소통 없이는 그가 내건 많은 공약들의 이행과 실천은 공허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5년 뒤 누구나 악수를 나누고 싶어하는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