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7일 단행된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인사 때와 매우 닮았다.
올해 삼성은 승진규모 축소를 통해 조직내 분위기를 쇄신하면서도 회사의 미래 성장 근간인 연구개발과 영업ㆍ마케팅 등 현장중시 인력을 확대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행된 2009년도에는 임원진 축소, 국외영업인력 보강 등 현장중시 등의 인사가 단행됐다. 철저한 성과중심의 인사와 젊은 조직을 지양한 점도 공통점이다.
이번 삼성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들어간 임원은 총 485명이었다. 이는 사상최대 인사를 단행했던 지난해 인사 501명보다 16명이 줄어든 규모다. 2010년 인사 때보다도 5명이 감소했다. 올해 실적을 감안해 사상최대 승진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앞으로 2~3년의 글로벌 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실적만으로 '승진잔치'를 벌이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졌던 2009년 당시에도 임원진을 10% 줄인바 있다.
단 이번 인사에서 승진폭을 줄이면서도 신임 승진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335명 선임한 점은 눈에 띈다.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됐던 지난해 인사서 신임 승진자는 326명이었다. 미래 성장을 주도할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을 대폭 보강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개발, 기술ㆍ영업, 마케팅 부분의 승진자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인사서 연구개발, 기술ㆍ영업 분야 승진자는 191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단행된 전년 인사 때 보다도 2명이 더 늘었다. 영업ㆍ마케팅 승진자도 13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 2012년 인사에서는 133명이 승진했다.
그러나 고위 임원인 전무 승진자는 102명으로, 전년 127명보다 25명이 감소했다. 고위직 임원을 줄여 조직을 슬림화 시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스탭 부문 축소가 두드러진다. 이번 인사서 스탭 부문 승진 규모는 29.9%로, 전년보다 3.2%포인트가 줄었다.
단 CEO 후보인 부사장 승진자가 전년과 동일한 48명인 점은 고위직 임원 승진폭을 줄여 조직 내 분위기를 쇄신하면서도 글로벌 일류화를 이끌 CEO 후보군은 두텁게 해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 및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삼성 인사가 단행됐다"며 "사상최대 실적에도 승진폭을 줄인 것 자체가 비상경영 선포 이상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자연스럽게 위기관리 모드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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