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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대신 굿즈를 내 품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아이돌 대신 굿즈를 내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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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 장사가 흥했다. 니혼TV가 8월 25일과 26일 방송한 <24시간 텔레비전35 사랑은 지구를 구한다> 특집을 앞두고 기획한 기념 티셔츠가 70만 장 넘게 팔렸다. 아라시의 멤버 오노 사토시가 그림을 그리고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가 디자인한 상품으로 노랑, 파랑 , 분홍 바탕 위에 꼬마 아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번 방송의 테마인 ‘미래’를 상징하는 새싹 하나가 꼬마의 머리 위에 나 있으며, 티셔츠 뒷면에는 ‘미래’라는 한자가 적혀있다. 니혼TV 측은 “6월 1일 판매를 시작해 3일 만에 2만 장이 팔렸으며, 1개월이 지 난 7월 1일에는 이벤트 관련 상품 판매량 역대 1위 기록인 45만을 웃돌았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000장씩 팔린 이 티셔츠의 판매량 은 8월 31일에는 70만을 넘겼다. 웬만한 앨범 판매량이다. 대단한 부록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줄어든 음반 시장 규모에 맞먹는 일본의 굿즈 시장

아이돌 대신 굿즈를 내 품에 좋아하는 작품이나 스타의 굿즈를 사모으는 문화가 일본에는 아직 남아있다.


인기 아이돌인 오노 사토시와 뾰로통한 표정의 소녀 그림으로 인기가 높은 나라 요시토모의 만남부터 어느 정도 흥행이 예상된 조합이었는지 모른다. 평소 그림을 자주 그리며 솜씨도 좋아 개인 전시도 한 적 있는 오노 사토시에 대한 기대치도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난 3.11 지진 이후 동북 지역을 응원한다는 취지도 분명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부록 시장이 유독 크다. 가수의 콘서트에서는 포스터, 엽서, 음반, DVD 등의 기본 상품 외에도 머그컵, 스티커, 부채, 침구류 등도 판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 들이 이 물건들을 사간다. 일본에서는 이 부록 상품들을 영어 ‘Goods’에서 용어를 빌려 ‘굿즈‘라 부른다. SMAP이나 아라시, Hey! Say! Jump 등 팬 층이 탄탄한 쟈니즈 아이돌 그룹의 경우 콘서트나 이벤트에 앞서 판매되는 굿즈의 목록 발표가 하나의 뉴스가 된다. 때를 놓쳐 구매에 실패한 팬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판매 사이트도 마련된다. 일본에서 굿즈는 하나의 어엿한 시장인 것이다.


일본에선 가수의 콘서트, 록 페스티벌, 팬미팅 장소에 마련된 기념품 숍과 이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은 선 풍경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웬만한 규모의 영화관 옆에도 기념품 숍이 있다. 포스터, 엽서, 카탈로그부터 시작해 영화의 관련 상품들을 판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풍경이다. 좋아하는 영화의 포스터를 모으고, 스타의 사진이 실린 잡지를 사는 문화가 일본에는 아직 남아있다. 연예 매니지먼트사 호리 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굿즈 시장 규모는 음원 다운로드 이후 줄어든 음반 시장 규모와 맞먹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종류도 다양하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Join Alive’는 한 아티스트 당 10 종류가 넘는 굿즈를 내놨으며, 캬리 파뮤파뮤, 하마사키 아유미 등은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하거나 고른 상품을 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굿즈는 스타 산업, 그 중에서도 아이돌 시장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소장 문화가 충실한 일본에서 유독 탄탄하다. 굿즈는 스타에 대한 동경을 온전히 개인의 추억으로 간직하게 해주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이 팬 문화의 상당 부문을 흡수한 지금, 굿즈는 팬 문화의 아날로그 시절을 유지시켜주는 유일한 물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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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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