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설]'전기료 폭탄' 부른 38년 낡은 누진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지난 여름 찜통더위에 에어컨을 켠 가정에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당황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다 못해 며칠 에어컨을 틀었다가 요금이 평소의 5~6배나 되는 '전기료 폭탄'을 맞아서다.


전기료 급증의 직접 원인은 폭염과 지난달 요금인상(가정용 2.7%)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요금 누진제의 함정이 있다. 가전기기 보유가 늘면서 가정의 전기사용량도 증가했는데 누진 체계는 과거 그대로라서 전기를 조금 더 썼다가 요금을 몇 배씩 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달 가정에 고지되는 전기요금은 7월15일~8월14일에 쓴 것이다. 한국전력이 추정한 서울지역 가구당 평균 전기사용량은 403㎾. 요금 누진 6단계 중 두 번째로 비싼 5단계다. 적용 요금이 ㎾h당 398.7원으로 가장 싼 1단계(57.9원)의 6.9배, 가정용 전력생산 원가(153원)의 2.6배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242㎾. 올여름 에어컨을 켜지 않았어도 이미 누진 3단계로 기본단계의 3.1배인 179.4원의 요금을 적용받는다


사용량에 따라 요금단가를 높이는 누진제는 1974년 석유파동 이후 전기사용량을 줄이자며 주택용에만 도입했다. 초기에는 4단계 누진으로 최대 요금 차이가 두 배 정도였다. 이를 지금의 6단계로 나누면서 1단계와 가장 비싼 6단계 요금(677.3원) 차이가 11.7배에 이르는 가파른 구조가 되었다. 일반 가정과 달리 사무실ㆍ상가나 산업체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아 에어컨을 켰어도 요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다.

전기를 아껴 써야 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요금 누진제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최고~최저 간 배율이 12배에 이르는 것은 지나치다. 해외에도 누진제를 도입한 나라가 있지만 통상 3단계이고 요금 차이도 1.5배 정도다.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 기본단계의 전력사용 한도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 아울러 누진 구조를 3단계 정도로 줄이면서 누진율도 낮춰야 한다.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생산원가가 가장 적은 가정에서 일반 건물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전해주는 전기요금 체계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한전은 자꾸 요금만 올리려 들지 말고 낡고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부터 고치길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